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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철도 체험형 리조트 '하이원 추추파크'가 개장을 서두르려고 지역 국회의원을 통해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에 철도 안전과 직결된 주행시험을 단축해달라고 청탁한 정황이 포착돼 파장이 예상된다.
주행시험 단축 청탁 의혹에 연루된 당사자들은 서로 통화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적이 없다며 제각각 다른 해명을 하고 있어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하이원 추추파크는 강원랜드와 함께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출자한 회사다. 이번 청탁 의혹에는 철도기술연구원(철기연),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철도 안전을 책임지는 국토부 산하기관이 직간접적으로 등장한다. 지역 국회의원은 그 사이에서 주선자 역할을 맡고 있어 철도 관련 청탁비리의 전형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추추파크, 국회의원 통해 테마파크 열차 시험 주행거리 단축 청탁
지난 26일 새누리당 이이재 의원(동해·삼척)과 오한동 하이원 추추파크 대표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뉴데일리 카메라에 잡혔다.
문자메시지는 (추추파크에서 운행할 열차의) 주행시험과 관련한 회의가 전날 코레일에서 코레일과 철기연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고, 오 대표가 이 의원에게 주행시험 거리를 축소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문자메시지를 받고서 바로 철기연 김기환 원장과 통화했고 오 대표에게도 이를 통보했다. "김 원장과 통화했으니 참고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뉴데일리경제가 코레일에 물은 결과 25일 코레일에서 추추파크 운행 열차와 관련한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25일 코레일에서 회의가 열렸다"며 "사업은 하이원에서 주관하며 코레일은 열차운행이나 승무원 분야에 대해 협조할 뿐 아무런 연관이 없다. 또 주행시험의 경우 철저히 철기연에서 이뤄지는 업무일 뿐, 코레일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철기연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철기연이 지난 29일 시험주행 거리를 줄여줄 수 있는 법적 조항을 검토하고 추추파크가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는 조건과 애로사항 등에 대해 오전 일찍 김 원장에게 보고를 마친 상태"라고 귀띔했다.
오 대표의 청탁이 지난 26일 금요일에 이뤄졌고, 이 의원에게 전화를 받은 철기연의 김기환 원장이 바로 보고를 지시한 후 월요일인 29일 오전 보고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진 것이다.
추추파크가 지역 국회의원을 통해 열차 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주행시험 단축을 청탁했고 해당 기관들이 이를 들어주기 위해 움직인 게 사실상 확인된 셈이다.
이에 대해 오 대표는 "이 의원에게 열차 시험주행과 관련해 부탁한 적이 전혀 없다"면서 "철기연에 산업용 열차에 적용하는 시험주행 요건을 관광용 열차에 대응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으냐고 예외조항 적용을 부탁했을 뿐"이라고 역설했다.
이 의원 측은 청탁과 관련해 "(오 대표로부터) 며칠 전부터 관광용 열차에 대한 안전점검이 과하다는 얘기가 있었고, 철기연 원장과 통화해 이 부분에 대해 의견을 전달했다"며 "폐광지역 진흥사업으로 추진되는 만큼 기술적으로 꼭 필요한 부분만 점검하고 (주행거리를) 줄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김 원장은 "(통화했다는) 26일 외국 출장에서 돌아와 통화는 못 했고 이 의원으로부터 통화를 바란다는 문자메시지는 받았다"며 "나중에 내용을 파악해봤는데 현 단계에서는 도울 수 있는 게 없었다. 예외조항은 있지만, 안전검사기관으로서 규정을 무시한 축소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
◇개장 코앞 예비주행도 못 끝내 시험주행 단축 꼼수…안전불감증 여전
하이원 추추파크는 폐광으로 침체된 강원 삼척 도계읍 심포리 일원 72만1312㎡에 총사업비 655억원을 들여 2012년 폐선된 스위치백 철로 구간을 활용한 기차 테마파크로 조성됐다.
갈지자 형태로 놓인 선로를 전·후진을 반복하며 오르는 스위치백 열차와 스위스 산악열차 형태로 복원한 인클라인 열차를 비롯해 내리막 레일바이크 코스와 미니 열차 등 다양한 체험거리를 갖췄다. 30일 임시개장할 예정이다.
추추파크는 애초 이달 말 문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철로에 올릴 열차의 주행시험이 마무리되지 않아 개장식은 다음 달 하순께로 늦춰진 상태다. 추추파크가 지역 국회의원을 동원해 코레일, 철기연 등에 주행시험 거리 단축을 요청한 배경이다.
모든 열차는 부품, 구성품, 완성차, 본선시험 운전 등 4단계에 걸쳐 성능시험을 받아야 한다. 차량 조립 전 부품과 구성품이 제 기능을 다 하는지 검사한 후 완성차량을 대상으로 2차례 주행시험을 하는 것이다.
법적으로 완성차 시운전은 무조건 5000㎞ 이상을 달려야 한다. 본선 시운전은 차종별로 다르다. 고속철은 3만5000㎞ 이상을 시운전해야 하지만, 관광열차는 1000㎞만 이상 없이 달리면 철로에 열차를 올려 운행할 수 있다. 최소한의 안전점검 기준인 것이다.
하지만 추추파크는 아직 테마파크 핵심 시설인 열차 예비주행도 끝마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추파크는 지난 29일부터 하루 300㎞씩 시운전하겠다고 철기연에 신고한 상태다.
추추파크가 완성차 예비주행과 본선시운전까지 총 6000㎞ 주행거리를 충족하려면 앞으로 최소한 20일 이상이 걸리는 셈이다.
개장식이 다음 달 하순께로 잡힌 만큼 일정이 촉박한 실정이다. 추추파크로선 시험 주행거리 단축이 절실한 이유다.
◇화차도 시험주행 축소 안 해…하물며 여객수송 열차에
오 대표는 시험 주행거리 축소를 위한 단서조항이 있다며 이 의원에게 청탁했다.
철도차량 성능시험 시행지침 제10조에는 예비주행은 시험선에서 5000㎞ 이상 거리를 영업 운행의 운전조건과 유사하게 주행, 정지 등을 반복했을 때 시험품등에 이상이 없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시험선에서 예비주행이 어려우면 영업 운행선로에서 예비주행을 할 수 있으며 이때 주행거리는 영업 운행선로의 철도운영자와 성능시험기관이 협의해 조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즉 추추파크가 시험주행 거리를 단축하려면 현재 열차가 운행 중인 영업 선로에서 예비주행을 하고 코레일, 철기연과 협의해 주행거리를 줄여야 한다.
추추파크의 관광열차는 기본적으로 영업선로가 아닌 폐선을 활용한다. 하지만 도계역에서 신포리까지 총 8.8㎞ 사업구간 중 도계역 진입 부분 1.2㎞ 구간이 코레일 영업구간이어서 이 구간에 대해 거리 단축을 협의할 수 있다.
철기연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지침은 없지만, 전체 시험구간(8.8㎞)에서 영업 중인 운행선로(1.2㎞)가 차지하는 비율만큼 5000㎞에서 줄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시험 주행거리 단축이 열차 운행의 안전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05년 말 성능시험 시행지침이 제정된 이후 완성차 예비주행과 본선시운전을 통틀어 기관차가 달린 여객수송 열차의 시험 주행거리가 단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예비주행과 본선시운전은 열차 추진과 제동, 신호 제어, 궤도 안전성, 진동·소음 등 열차 운행에 필요한 안전성을 최종적으로 검사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시험주행 거리는 열차 승객의 안전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인 셈이다.
철기연 관계자는 "그동안 운행 속도가 느린 화물 열차도 시험 주행거리를 단축한 사례는 1~2건에 불과하다"며 "이마저도 열차 운행의 안전성이 담보된 특수한 경우에만 주행거리를 줄여줬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테마파크 내 운행 열차를 제작한 S사가 여객수송 관련 실적이 전혀 없다는 점을 들어 추추파크의 시험 주행거리 단축 청탁이 위험천만하다고 지적한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S사는 그동안 객화차처럼 스스로 이동할 수 없는 차량을 정차장이나 조차장으로 이동시키는 소형 입환 기관차 등을 제조했을 뿐, 여객수송과 관련한 실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시험주행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시험주행 과정에서 제동, 진동 등 항목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