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0조~40조, 서민 가계로" "소비여력 키워 디플레이션 압박 딛는다"
  • ▲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부의 '저유가 종합선물세트'가 내달 제시된다 ⓒ
    ▲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부의 '저유가 종합선물세트'가 내달 제시된다 ⓒ

  • ▲ ⓒ뉴데일리 DB
    ▲ ⓒ뉴데일리 DB

     

    정부가 최소 30조~40조원에 달하는 원유 도입 감축액을 서민 가계로 돌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장 전기 등 공공요금 인하를 담은 저유가 종합선물세트가 다음달 설 물가대책으로 나온다. 원가절감에 따른 공산품 가격 인하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생산과 소비에서 유가하락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때가 됐다는 판단이다. 민간소비 개선으로 자산가격 상승과 경기개선 가능성을 함께 기대하고 있다. 다만 조선과 석유 등 주요업종 위축과 디플레이션 압박 우려하는 대비책은 별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 ▲ ⓒ자료=KDB 대우증권
    ▲ ⓒ자료=KDB 대우증권

     

    ◇ 원유도입 年 100조에서 50조로...소비여력 '방긋'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유가하락으로 경제 전체의 구매력이 커지게 된다. 한해 우리가 원유 수입에 쏟아붓는 돈은 GDP 7.6%에 달하는 100조원 규모로 G20 국가중 최상위권이다.

     

    지난해 6월 111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유가는 폭락을 거듭해 새해들어 50달러선까지 무너졌다. 반년만에 반토막 아래로 떨어진 도입유가 절약액만도 족히 4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민간과 국책연구기관들은 유가가 10% 하락하면 생산비 감소 효과는 0.76%, 수출은 0.55% 증가하고 GDP는 0.1~0.2%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 전체의 구매력도 9조5000억원이 늘어나며 이중 절반 이상인 5조2000억원이 가계에 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가는 벌써 50% 이상 떨어졌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은 "유가 절감분을 공공요금에 즉각 반영토록 해서 서민가계의 주름살이 펴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최경환 부총리도 지난주 경제장관회의에서 30조원 규모의 소비여력을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연간 156만원 내외(통계청 기준)의 가구당 운송용 연료비와 난방비가 대폭 줄게 됐다.

     

    유가하락세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으로 30달러대 진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냥 호재가 아니고 아주 큰 호재라는 최 부총리의 말처럼 유가하락이 가처분 소득을 늘려 가계를 살찌울 수 있어야 한다.

     

  • ▲ 내달 발표되는 설 물가대책에는 전기요금 인하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 내달 발표되는 설 물가대책에는 전기요금 인하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 전기-가스-교통-통신 공공요금 인가...'저유가 종합선물세트'

     

    유가 급락으로 디플레이션 압박이 만만치 않지만 정부의 선택은 민생안정이다. 정부는 다음달 '설 물가종합대책'에 공공요금 등을 낮추는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달 초 평균 5.9% 내린 도시가스요금의 추가 인하에 이어 전기요금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와 한전은 전기를 생산하는 원료에서 석유와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5~26%에 불과하다며 신중한 모습이지만 반대의 경우 급속하게 전기요금을 인상했던 전례에 비춰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장 이달부터 국내 발전량의 약 21~22%를 생산하는 연료인 LNG가 50달러 미만 가격으로 수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떨어진 즈음 4조~5조의 원가절감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5% 안팎의 전기요금 인하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 에너지 주무부처인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이 전기요금인하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 에너지 주무부처인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이 전기요금인하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또 교통·통신비와 휘발유 가격도 연속으로 내릴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주 정유회사 관계자들을 불러 유류가격의 추가 인하를 강력 주문했다. 하룻새 ℓ당 1300원대 주유소가 3곳에서 50여곳으로 늘어났으며 12일에는 ℓ당 1200원대 주유소도 등장했다.

     

    초점은 석유제품 생산비용 감소가 비석유제품에 어느 정도로 전가되는지에 모아진다. 기업이 비용 감소분을 제품 가격 인하에 얼마나 반영하는 지의 여부다. 연구기관은 유가가 10% 하락하면 전체 산업 0.67%, 제조업 1.04%, 서비스업 0.28%의 생산비용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 ▲ 정부는 '소비여력' 확대로 디플레이션 압박을 딛기로 했다ⓒ
    ▲ 정부는 '소비여력' 확대로 디플레이션 압박을 딛기로 했다ⓒ

     

    ◇ 디플레이션 압박...'0% 물가-1% 금리' 전망

     

    정부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유가하락이 저물가를 부추겨 디플레이션이 초래되는 상황이다. 담뱃값 인상으로 물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던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저유가가 담배를 삼킨 격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1.3% 상승하며 2년 연속 1%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1%대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12월 인플레이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0.8%에 그치면서 1%도 깨졌다.

     

    IMF 직후인 1999년 이후 사상 두번째 0%대 물가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졌다. 정부 내부에서 지금과 같은 저물가 상황에서 공공요금 인하를 추진하는 게 옳으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저유가 대책으로 소비확대와 수요보강을 꾀하면 오히려 저물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은 공급 요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수요 부족에 따른 디플레이션과 다르다고 밝혔다.

     

    단군 이래 최초라는 1%대 기준금리 여부도 관심사다. 디플레이션 압박이 심해지면 중앙은행이 한은이 경기부양에 좀 더 힘을 싣기 위해 추가 금리인하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석유값이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을 억누르기가 한결 수월해진 한은이 정부와 보조를 맞춰 경기부양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1.75%의 기준금리 등장설이 그것이다.

     

  • ▲ 유가폭락으로 석유정제와 조선 업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뉴데일리 DB
    ▲ 유가폭락으로 석유정제와 조선 업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뉴데일리 DB

     

    ◇ 조선-석유 등 주요업종 '휘청'

     

    주요 산업인 조선과 정유 업종이 입는 타격은 점점 커지고 있다. 유가가 폭락하면서 해상 플랜트 수주가 줄고 석유를 정제해 파는 정유사 이윤이 급격히 감소했다. 국내 정유 4사의 누적 적자가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 정유업체들이 취소한 사업계획이 215조원에 달한다는 보고서까지 나왔다.

     

    유가급락이 글로벌 증시 약세로 이어지면서 지난주 한때 코스피는 1900선 아래로 밀렸으며 외국인들은 1주일새 2조원 가량의 주식을 던지기도 했다.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유가 하락이 글로벌 경기 침체로 번질 경우다. 중동과 남미·러시아 등 산유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의존도는 14%로 이들 국가의 경기가 나빠질 경우 저유가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정부는 산업별 대응전략과 선제적 기업 구조조정을 대응책으로 준비하고 있다.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석유화학, 조선, 해운업의 경우 적극적인 사업재편과 구조조정 노력을, 자동차산업은 클린디젤 등 수요변화와 새로운 수출시장 개척을 독려하고 있다.

     

    저유가 장기화 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신재생에너지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비용화 차세대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에 적극 나설 것을 조언하고 있다. 이밖에도 산유국, 신흥국 경제·시장 불안이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확대시켜 자본유출입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