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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한창 진행되던 1970년께 정주영 고 현대그룹 회장과 김학렬 경제부총리가 청와대를 찾았다.
박정희 대통령은 4대 핵심공약으로 조선소 설립을 내걸고 정주영 회장에게 미션을 맡겼었다. 그러나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선진국 조선회사들을 아무리 찾아다녀도 문전박대만 당했고, 천하의 ‘하면 된다’ 신봉자였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대통령에게 결과를 보고하기 위한 것이었다.
“각하, 조선소는 도저히 안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현 경제 수준에서 조선소는 무리인 것 같습니다.”(정주영 회장)
정 회장은 ‘그럴만 하지.. 어쨌든 수고 많았소’ 하는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분노에 찬 호통이었다.
“내 앞에서 절대 그런 말은 마시오. 조선소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오. 이번에는 구라파(유럽)라도 가보시오!”
대통령의 심한 질책을 받고 도저히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절감한 정회장은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유럽으로 날아가 천신만고 끝에 조선소 건설 자금과 대형유조선을 수주해왔다. 당시 영국의 대형 조선소 A&P 애플도어 롱바톰 회장이 ‘도대체 당신네 뭘 믿어야 하느냐?’고 묻자 호주머니에서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보여주며 ‘400년 전에 이런 배를 만들었던 한국인의 잠재력을 믿어라’고 설득한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드디어 1972년 3월 역사적인 현대조선소(현대중공업) 착공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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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공식에는 박정희 대통령과 태완선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정관계, 재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모래 벌판에서 불과 2년도 안되는 기간 내에 그리스 리바노스로부터 수주한 26만톤급 초대형 유조선을 건조하겠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날 저녁 만찬자리에서 태완선 경제 부총리는 박 대통령에게 말했다.
“각하, 솔직히 말씀드려 조선소가 잘 될 것 같지 않습니다. 나중에 상심이 크실테니 너무 기대하지 않으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 대통령은 술잔을 소리나게 내리치며 호통을 쳤다.
“담당 부총리가 생각 없이 그런 말을 하면 될 일도 안될 거요. 다시는 그런 말을 입 밖에 내지 마시오!”
대통령의 강한 신뢰를 토대로 정주영 회장과 직원들은 밤낮 없이 조선소 건설에 매달렸다. 결국 현대중공업은 세계에서 유례 없이 조선소 건설과 유조선 건조를 동시에 병행해 2년이 채 안된 1974년 11월 첫 유조선을 완성했고, 이후 한국은 세계 최강 조선산업국으로 도약하는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는 기업인 특별 사면 문제
지난해 말 경제계와 정치권 내에서 거론됐던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인 가석방’ 문제가 최근 설 및 3.1절을 앞두고 다시 부상하고 있다.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정부의 최대 역점과제는 경제 활성화이며 지금이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위기를 기회로 바꿀 모든 방법을 강구하는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며 기업인을 포함한 대사면을 건의했다.
재계에서도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이 경제발전을 위한 기회를 줘야 한다며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에 대한 특별사면을 호소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첨예한 논란을 빚고 있는 ‘증세 문제’와 관련 “우리의 목표는 경제를 활성화 하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세수(稅收)도 즐려 국민에게 세금 부담을 주지 않고 해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방향을 제시했지만, 오늘늘 현실의 상황은 먹구름 일색이다.
선진국들의 견제는 더욱 심해지고, 후발국들의 추격이 빨라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해외 경쟁력이 계속 하락해 기존 일자리마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국내 노동 비용은 상승을 거듭하고, 노동유연성도 떨어져 국내 공장보다는 해외 공장을 늘리는 추세도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연말정산 파문’과 같이 생각 짧은 관료들의 어설픈 행정 때문에 기름값이 떨어지는 절호의 기회에도 소비는 얼어붙고 있다. 유로존 양적완화, 미‧러 및 미‧중 관계의 냉각 등 대내외적인 정치‧경제적 환경이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어떻게 경제를 살려나갈지 정부나 정치권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 ‘투자 살리겠다’ 대통령의 확실한 사인이 필요한 시점
현재 박근혜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기업 투자를 늘리는데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취하겠다’는 확실하고 강력한 리더십이다.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은 ‘투자 활성화’ 의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인(sign)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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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기업들이 대대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구속 이후 투자가 올스톱되다 시피 한 SK그룹이나 CJ그룹 총수에게 ‘젊은이들 일자리 투자를 위해 특별사면하겠다’고 한다면 그들은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심정으로 부응할 것이다.
형사법상 배임죄가 독일, 일본의 ‘대륙법’에 속하고 한국이 대륙법 체계를 따르지만, 영국, 미국 등 ‘영미법’에서는 기업 경영 관련 배임문제를 민사법으로 처리한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열렸던 ‘규제개혁 끝장토론’처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매달 또는 격월로 정기적으로 청와대에서 ‘기업 투자 끝장토론’ ‘청년일자리 끝장토론’을 하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토론장소도 청와대가 아닌 공장 현장도 가능할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가 일선 행정에서는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또한 기업인들의 건의를 직접 수렴하면서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정치적인 문제들로 추락한 국정지지율도 급반전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와 국민은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형평성, 명분 등을 따지면서 우유부단하게 논란을 피해간 리더보다는 확실하게 경제에 ‘올 인(All-in)’했던 리더에 박수를 보내왔다.
영화배우 출신이지만 ‘레이거노믹스’로 미국 경제를 살린 레이건 대통령, ‘철의 여인’ 대처 수상이 그랬다.
국내의 경우 국민들은 박정희 대통령을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최고의 리더’로 손꼽고 있다. 그는 ‘상식적으로 안된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료와 기업인들에게 ‘왜 안된다는 것이냐’고 강하게 질책하며 경제개발을 독려했던 것이다. 오늘날 기업인들은 그 ‘대통령의 분노’를 그리워한다.
국민과 기업들은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제살리기를 위한 ‘열정의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