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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일 하고도 욕 먹어본 경험이 있나요? 자신은 좋은 의도로 무언가를 했는데,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히는 결과가 초래했을 경우, 그런 경험을 하게 됩니다.

  • ▲ 유상석 경제부 기자
    ▲ 유상석 경제부 기자


    최근에는 금융당국과 시중은행들이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대포통장 근절대책’ 말입니다.

    빈발하는 금융사기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은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그 중 하나가 계좌 개설을 어렵게 만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한 통장을 만든 후 20일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른 통장을 만들려고 하는 경우, 거주지 또는 직장과 멀리 떨어진 은행 영업점에서 계좌 개설을 시도하는 경우, 이를 차단하는 조치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금융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은행에 온 김에 목적이 다른 여러 통장을 한꺼번에 만드려고 하는 경우, 지방에 파견 간 직장인에 현지에서 계좌 개설을 시도하는 경우, 높은 금리를 찾아 멀리 있는 금융기관으로 원정 간 경우… 통장을 만들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된 금융소비자들은 “그놈의 대포통장 때문에 왜 내가 피해를 봐야 하느냐. 내가 잠재적 범죄자냐”고 욕 많이 했을 겁니다. 네. 이게 바로 좋은 일 하고도 욕 먹는 겁니다.

    단 한 가지 사실만 알면, 은행은 욕 먹지 않아도 됩니다. 아울러 금융당국도 국민의 비난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바로 ‘금융거래목적확인서’의 존재입니다(3월 5일자, 계좌 개설 20일 간 제한… 대포통장 근절대책, 현장은 '멘붕' 기사 참고).

    은행은 ‘금융거래목적확인서’의 존재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시중은행 본점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은 “위에서 말씀드린 사유에 해당하면 전산망이 신규 계좌 개설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하지만 금융거래목적확인서를 첨부하면 막힌 거래를 풀 수 있다”고 제게 설명까지 해줬습니다.

    하지만 일선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현장 직원들은 아직도 모르나 봅니다.

     

    한 독자께서는 “영업점 직원들은 그런 걸 구경도 못해봤다더라. 제 기사를 읽고서야 그런 방법이 있는 줄 알았다”며 “구경도 못해봤을 정도면, 확인서 양식조차 영업점엔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본점만 알고 일선 영업점은 몰라 고객이 피해를 겪는 대책, 그런 대책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본점과 현장 사이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금융당국 역시 국민에게 욕 먹어도 할 말 없습니다. 대책 없는 정책을 내놨어도 비판받을 판에, 대책까지 마련해뒀음에도 은행 직원들이 몰라서 불편을 겪고 있다면 쓴소리 들어 마땅하지요.

     

    “여러분, 저희는 대포통장을 때려잡아 금융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편을 겪는 국민들도 분명 계실 겁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를 위해 ‘금융거래목적확인서’라는 제도를 마련했으니 걱정 마세요!” 이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웠나요?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제발 좀 알려봅시다. 이제라도 소비자,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금융기관과 당국이 욕을 덜 먹으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