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아닌데, 통장 거래 왜 막나" 소비자 불만 폭주'금융거래목적확인서' 제출하면 되는데… 영업현장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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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대학교를 졸업한 김영선(24·여·가명) 씨는 졸업과 동시에 직장과 특수(야간)대학원에서 동시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

    김 씨는 회사 근처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에서 입출금식 통장을 각각 개설할 예정이었다. 회사에서는 임금 송금 시 수수료 절감을 위해 주거래 은행인 농협 통장을, 대학원에서는 학생증과 연동되는 우리은행 통장을 만들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씨는 우리은행에서 통장을 만들지 못했다. 농협은행 방문 직후 찾은 우리은행에서 통장 발급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금융당국 방침 때문에 농협 통장 발급 후 최소 20일이 지나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김 씨는 “통장을 만드려는 목적이 명확한데도 대포통장을 우려하는 은행과 금융당국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금융소비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토로했다.


    # 주부 홍지현(35·여·가명) 씨는 새마을금고에 다녀온 후 분을 삭히지 못했다. 증권 거래를 위해 어음관리계좌(CMA) 구좌를 개설한 후, ‘온 김에 입출금 통장 하나 더 만들자’는 생각에 새마을금고 통장 발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역시 발급을 거절 당했다.

    홍 씨는 “직장이 없는 주부라는 이유로 계좌 개설을 거절당한 듯 하다”며 “철저한 돈 관리를 위해 지출 목적 별로 통장을 다르게 만들려던 것이었는데 불편이 막심하다”고 말했다.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대책으로 금융당국이 마련한 ‘계좌 개설 20일 제한’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금융소비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전국은행연합회와 공동으로 지난 1월28일부터 시중은행들이 참여하는 테스크포스(TF)를 결성해 대포통장 원천 차단 전산 시스템 구축에 들어간 바 있다.

    이는 종전에 은행들이 대포통장을 발견할 경우 '사후적 지급정지 대책'을 운영하던 데서 한 단계 나아가 '사전적 지급정지 대책'으로 전환해 대포통장을 원천 근절하려는 시도다.

    20일 이내의 짧은 기간 동안 여러 개의 통장 발급을 시도하는 경우, 예금주의 주거지 또는 직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통장을 만들 경우, 일정한 직업이 없는 자가 여러 개의 통장을 발급하려는 경우 등 특정한 상황이 감지되면 대포통장 발급을 위한 목적으로 의심돼 시스템이 거래 자체를 막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금융소비자들은 “명백히 대포통장 발급 목적이 아닌데도 이 경우까지 막는 것은 지나치다”며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계좌 계설이 명확해 대포통장 발생 의심이 없는 경우에는 ‘금융거래목적확인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김영선 씨의 경우는 대학원 학생증 발급이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금융거래목적확인서를 제출하면 즉시 통장을 발급받을 수 있다”며 “거래목적이 확인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거래를 차단하는 것도 해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가 아직 일선 영업점에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의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같은 대처로 금융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으나 아직 일선 영업점의 실무자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실무자들에게 다시 한 번 이 같은 내용을 전달 및 교육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대포통장 근절과 소비자 편의를 모두 만족시키기가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홍지현 씨의 경우, 직업이 없는 사람이 여러 개의 통장을 개설하는 경우에 해당돼 거래가 제한된 것 같다”며 “대포통장 근절에 충실하자니 소비자가 불편을 겪고, 소비자 편의를 도모하자니 당국의 방침에 어긋나는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