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포통장 막았더니 증권사로 이동감독 사각지대 없애 풍선효과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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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입출금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농협·새마을금고의 대포통장 적발 건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반면, 증권사 통장의 적발 건수가 최근 3개월 만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은 이를 '풍선효과'로 인한 현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풍선효과란 풍선의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 면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사회 현상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은 "보안 관련 규정의 적용 범위를 넓혀 더 이상의 풍선효과는 없도록 할 것"이라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학계에서는 "풍선효과를 없애기 위해선 법규의 사각지대를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 '움직이는' 대포통장… 풍선효과 어쩌나
대포통장의 발생은 은행 → 농협·새마을금고 → 증권사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에서 대포통장이 늘어나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2년 10월 '대포통장 근절 종합대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은행권의 대포통장은 감소한 대신, 금감원의 감독을 받지 않는 우체국과 새마을금고에서 대포통장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안전행정부 등 관할 부처가 우체국과 새마을금고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하자 이번엔 증권업계에서 대포통장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농협과 새마을금고의 대포통장 적발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전체 대포통장 중 농협은행 통장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지난 3월 20.0%에서 4월 15.4%로, 5월엔 4.6%로 급감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하반기 전체 금융기관 대비 평균 8%대의 비율을 보였으나 지난해 말과 올해 2월 말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해 3%대까지 낮아졌다.
반면 증권사 CMA 계좌는 급증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의 입출금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악용된 건수는 지난 3월 말 이전까지 월평균 6건에 불과했으나 4월에는 103건으로 늘었고 5월엔 306건에 달했다.
전체 대포통장 발생건수에서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이전엔 0.1%에 불과했으나 지난달엔 5.3%로 눈에 띄게 늘었다.
◇ 사각지대 해소로 풍선효과 잡아야
금감원은 이를 풍선효과로 인한 현상으로 인식, CMA통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타 수신기관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주형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장은 "앞으로 CMA통장 등 증권사의 금융 상품도 은행권에 준해 의심계좌를 모니터링하고, 의심 거래 유형을 은행권 뿐 아니라 증권사도 공유토록 하는 등 보안 규정의 적용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또 "각 증권사의 모니터링 전담 인력을 충원토록 지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형업체의 경우 자체적으로 증원하게 하고, 중소 업체의 경우 전산서비스를 대행하는 코스콤(Koscom)의 인력 지원을 충원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풍선효과가 문제되는 상황에서 증권사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하면, 다음 '효과'는 어디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더 이상의 풍선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금감원의 감독권이 미치는 은행·제2금융권, 농협·새마을금고 등 감독 사각지대에 있었던 금융기관에 이어 증권사까지 감독 강화 범위에 포함되므로, 이제 수신 기능을 하는 금융기관은 어느 곳이든 감시의 눈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게 이 국장의 설명이다. 수신(受信)이란 예금을 받아들이는 일, 채권 발행 등 거래관계에 있는 다른 금융기관이나 고객의 신용을 받아들이는 업무를 의미하는 용어로, 여신(與信)의 반대말이다.
그는 "오는 7월 29일부터 새마을금고·농협 등의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내부통제 관련 범위 내에서 감독권한이 생기므로, 내부 통제 감독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풍선효과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학계에서는 법규의 사각지대를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진연 전 숭실대 법대 교수는 "형사정책학계에서 풍선효과의 방지책에 대한 논의가 많이 나오고는 있지만, 이를 완벽히 막을 수 있는 방안은 현재로선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모든 법규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인데, 이 틈을 최대한 줄여 세밀한 영역까지 법규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입법자의 의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