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기업들의 공정위 조사방해를 질타하던 성완종 전 회장이 정작 자신은 증거인멸을 지시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다ⓒ
    ▲ 대기업들의 공정위 조사방해를 질타하던 성완종 전 회장이 정작 자신은 증거인멸을 지시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원천 차단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2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장에서는 성완종 전 의원의 노기띤 음성이 흘러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방해하는 대기업들의 행태를 비판하던 성 전 회장은 당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을 매섭게 몰아세웠다. 성 전 회장은 "공정위가 조사를 나가면 방해를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처벌 규정이 취약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게 과연 법질서 확립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 SK C&C, LG전자 등 대기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이게 사실 전부 5대 기업들인데, 대기업에 대한 국민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 전 회장은 "저도 시장에 있는 사람이라 이런 얘기를 하면 그분들한테 욕을 먹을지 모르지만, 엄청난 횡포, 독점, 이런 것들을 피부로 느끼는 것이 너무 강하다"고 덧붙였다.

     

    성 전 의원의 추궁에 김동수 위원장은 "조사 방해 행위를 제일 나쁜 행위로 판단해 공정거래법상 처벌 규정을 강화했다"며 "이래도 안 되겠다 싶으면 우리 성 위원님께도 상의드리겠다"고 답변했다. 공정거래법은 조사를 방해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이랬던 성 전 회장은 정작 검찰의 경남기업 수사가 진행되자 대책회의를 열고 증거인멸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전 회장의 최측근 2명은 검찰이 경남기업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증거를 없앤 혐의로 나란히 구속된 상태다.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된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는 검찰 조사에서 성 전 회장이 지난달 25일 2차 압수수색을 앞두고 "팀별로 치울 것은 치우라"고 지시해 직원들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인 이용기 부장 역시 지난달 18일 1차 압수수색 직전에 비서 조모씨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이후에도 성 전 회장, 박 전 상무 등과 증거인멸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형법상 증거인멸의 법정형은 공정거래법상 조사방해 행위보다 높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