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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핑하는 김영석 해양수산부 차관.ⓒ연합뉴스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특별법 시행령을 수정하면서 소속 직원의 파견 규모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특조위)의 최소 요구 수준보다도 낮게 바꾸어 오히려 원활한 진상 규명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조위는 수정안에 대해 단어만 조금 바뀐 수준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29일 특조위 진상 규명 업무 범위에 '조사' 업무를 별도로 명시하고 특조위 업무 통제 논란이 일었던 기획조정실장을 행정지원실장으로 명칭을 바꾸는 등의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발표했다.
김영석 해수부 차관은 "진정성을 가지고 (특조위나 세월호 피해 가족들 의견을) 성의 있게 수용했다"며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시행령 시행 이후 특조위 주관으로 개정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정안 내용이 특조위 진상 규명 활동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해수부 파견공무원 비율을 특조위안보다도 낮추고 정원 확대 시점을 시행령 시행 6개월 뒤로 못 박은 것이 대표적이다. 수정안은 해수부 파견공무원 비율을 애초 40%에서 22%로 조정했다. 이는 특조위가 요구한 32%보다도 낮다. 특조위는 조사 대상인 해수부의 파견공무원 비율이 지나치게 많아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라면서도 32%의 해수부 직원 파견을 요구했다. 특조위의 진상 규명에 해수부 공무원의 업무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수부도 "특조위 진상규명 활동과 안전사회건설 대책 관련 업무가 해양·선박, 안전과 긴밀히 연관돼 있어 해당 분야에 정통한 공무원의 업무 지원이 필요하다"고 소속 공무원 파견의 당위성을 역설해왔다.
문제는 해양·선박 관련 업무를 지원할 해수부 직원 수가 특조위가 요구한 수준의 69%에 그쳐 원활한 진상 규명 활동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특조위법이 시행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러 조사업무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폭의 해수부 지원인력 축소가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견해다.
특조위 정원을 90명으로 출범시킨 뒤 시행령 시행 6개월 후에 특조위 설립준비단이 요구한 120명으로 확대하게 한 것도 특조위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원을 확대할 때 조직진단이나 시행령 개정 등 별도의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게 한 것은 개선된 내용이다. 하지만 정원 확대 시점을 6개월 뒤로 못 박아 특조위가 활동 초기부터 전력을 다하는 데 제약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특조위 요구사항을 수용했을 뿐이라는 태도다.
김 차관은 "(특조위의 독립성 훼손 등 문제 제기에 유기준) 장관이 오죽하면 해수부 직원은 보내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는데도 진정성을 의심받는 상황이었다"며 "아예 파견을 보내지 않으면 원활한 업무 협조가 이뤄지지 않게 되므로 파견인원을 최소화하다 보니 특조위안보다도 낮아지게 됐을 뿐 (특조위 활동 방해 등) 다른 의도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원 확대 시점을 특정한 것과 관련해선 특조위 활동기간이 기본적으로 1년인데 6개월은 각종 조사와 관련해 준비기간으로 봤다는 게 해수부 측 설명이다.
한편 특조위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수부 수정안은 지난달 말 입법 예고한 시행령안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고 단어만 조금 바뀐 수준"이라며 "특조위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수정된 것 없는 수정안"이라고 비판했다.
특조위는 "해수부는 수정안에 기획조정실장 업무 범위를 고치지 않았고, 소위원회 업무 범위도 정부조사 결과·자료의 분석과 조사로 그대로 두는 등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정안을 내놨다"고 주장했다.
또 "특조위와 논의 없이 시행령 수정안을 발표한 것 자체가 특조위와 유가족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김 차관은 브리핑 과정에서 "여러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수정안에 대해 협의하자고 특조위에 제안했지만, 불신 탓인지 대화의 실익이 없다고 보는 것인지 사실상 대화를 거절당했다"며 "특조위는 서면으로 의견을 달라는데 정부는 입법안에 의견을 담은 만큼 정부가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령을 처리한다는 주장은 유감이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