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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발전의 좋은 사례로 싱가포르를 거론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싱가포르가 19세기 초엽 이전에는 아무 쓸모도 없이 버려진 섬이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동서양간의 무역이 확대되면서부터 비로소 이 잠자던 섬의 가치는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중국과 인도를 사이에 두고 해상무역선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지리적 요충지, 이것이 싱가포르의 가치다.
가치는 자본과 사람의 힘이 모아져야 비로소 현실화된다. 영국인에 의해 발견된 이 가치는 독립국가로 태어난 싱가포르의 강력한 리더와 현명한 국민들의 힘이 결합하여 지리적 가치를 기반으로 무역중심지, 금융중심지로 변신을 거듭하였고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러면 제주의 가치는 무엇일까?
제주는 바다로 둘러싸인 작은 섬이며, 인구나 지역적 규모는 타 시도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현대적 교통수단과 통신수단이 준비되지 않았던 과거에는 바로 이와 같은 현실적 여건으로 인해 제주는 장기간 고립된 섬에 머물렀고, 제주도민들은 이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현재 펼쳐지고 있는 IT세상을 보라.
항공과 해상교통망,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공간상의 상호 연결을 통해 제주에게는 더 넓은 세계와 접촉할 수 있는 환경적 여건이 만들어졌고, 제주가 갖춘 잠재력 측면에서도 제주의 기초 가치, 즉 청정한 자연과 아름다운 경관이 세계인들의 평가를 받는 시기가 도래했다.# 제주가 싱가포르보다 못할 이유가 있는가?
제주가 가진 고유의 가치를 기반으로 우리만의 성장 비전을 현실화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제주의 기초 가치는 누가 뭐래도 청정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이다.
이 기초 가치 위에 여기서 파생되는 다양한 산업들, 즉 휴양, 헬스, 레저, 문화, 교육, 마이스, 스마트 비즈니스, 청정에너지 등 2차적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다양한 산업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해 나간다면 제주가 가진 잠재력은 얼마든지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져야 한다. 그것은 외부와 우리의 잠재력을 연결하여 현실화할 수 있는 수단, 즉 투자자본이다. 문제는 우리 손에 쥐고 있는 종자돈이 부족하다. 향토자본의 역량이 미흡하다.
내생적 발전을 통해 스스로의 힘으로 우리의 꿈을 일구어 나가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우리 도가 국내외 투자유치를 통해 제주발전의 모멘텀을 마련하고자 하는 이유이다.
그동안 우리 도가 투자유치를 통해 성취한 것이 적지 않다. 관광분야는 외부자본 투입을 통해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고, 교육분야에서도 영어교육도시는 전국적 수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IT/BT분야에서도 첨단과학기술단지를 중심으로 혁신리더들이 제주를 찾고 있고, 2030 무탄소 섬을 비전으로 한 청정에너지 산업도 구체적 방향성을 잡고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헬스와 의료분야는 아직 시작도 못한 상태다. 우리 도에 비해 잠재력이 미흡한 타시도에서도 의료관광활성화를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인데, 최상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제주는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외국의료기관 설립문제는 지난 2006년에 제주특별법 제정당시 국회에서 토론을 거쳐 이미 제도화된 것이다. 일부에서 의료공공성 훼손이나 의료민영화를 거론하며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제주특별법이 규정하고 있는 외국의료기관은 외국법인이 주도해 설립하는 병원이며, 이 병원을 이용할 장래 고객도 의료관광과 연계된 외국인에 초점을 두고 있다.
# 의료관광 통한 고용 창출 등 시너지 창출해야
외국의료법인의 핵심은 두 가지다. 여유있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유치마케팅을 펼치고 의료와 관광을 혼합해 제주도 관광수준을 고부가가치로 한차원 높인다는 의미다. 이 병원을 이용할 고객이나 고객유치 마케팅 대상도 의료관광을 원하는 외국인들이다. 그럼 제주도는 무엇이 이익일까.
의료관광을 통해 도민의 고용도 창출하고, 쇼핑에서 먹거리, 관광지까지 여러 업종의 시너지를 창출해 우리 도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우려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시 강조하면 외국 자본을 활용하여 외국인 의료관광객 수요를 흡수함으로써 도민 고용창출 등 그 과실은 도민에게 돌아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미 약 9년 전에 법적으로 제도화된 규정이다. 법을 믿고서 투자한 외국의 투자기업에 대한 제주의 신뢰는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가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은 오히려 운영의 문제다. 안전성을 확보하여 우리 도의 신뢰를 높이고 도민에게 최대의 이익이 돌아오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해 나가는 것이다.
헬스케어타운에 추진하고 있는 녹지그룹의 외국의료기관 자체는 병상 46개에 불과한 아주 작은 시설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갖는 의미는 지혜와 역량을 갖춰 온 우리 도민들이 제주 미래가치를 기반으로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음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투자정책과장 현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