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금융노조, 임금협상·자기매매 내부통제 등 민감이슈 앞세워 목소리 높여대신證 '한지붕 두 노조', 대우證 종업원지주회사 추진 등
  • 증권가에 노조의 바람이 조금씩 일고 있다. 증권사 노조는 올 들어 업황이 살아나면서 상반기에 뚜렷한 존재감을 나타내지 않았다. 하지만 4분기에 접어들고 있고, 각 사별로도 다양한 이슈들이 나오며 서서히 움직임을 시작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는 올해 임금협상안 등이 포함된 통일임금단체협상(이하 임단협)에 대해 증권사 측의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는 약 일주일 간의 시위(추석연휴 제외)를 이달 초 마무리 했다.


    이들은 지난달 21일 교보증권에서 피켓시위를 시작으로,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7곳에서 임금인상과 관련한 시위를 벌였다.


    사무금융노조 측은 "올해 5.8%+알파를 임금인상안으로 요구 중"이라며 "이는 한국은행 경제성장률 전망치 3.4%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1.9%, 노동소득분배율 개선치 0.5%를 합해 산출했다"고 말했다.


    최근 증권가의 큰 규제로 꼽히는 자기매매 내부통제 방안에 대해서도 사무금융노조는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실적에 따라 회사 퇴출이 결정되는 분위기 속에서 자기매매 내부통제 방안은 증권사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오고, 차명거래 등 불법매매를 양산할 수 있는 풍선효과만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사무금융노조 측은 "법적 대응을 비롯해 다양한 방법으로 금융당국의 방안을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별 증권사 노조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부터 시작된 '한지붕 두 노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창립 이후 53년 동안 노조가 없었다가 지난해 사흘 새 두개의 노조가 잇따라 출범한 상황에서 중앙노동위원회가 사측이 복수 노조에 대해 차별을 통한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판정을 내림에 따라 이슈가 커지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5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해당 사안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한 것을 재차 확인한 것이며, 사측은 판정에 불복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한 바 있다.


    대신증권 측은 "최종 판결문을 확인한 이후 적절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신증권은 지난달의 경우 국정감사에서 환경노동위원회가 노조탄압 의혹 등으로 양홍석 사장에 대한 국감 증인 채택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나오는 등 노조설립 이후 부터 지금까지 관련 잡음이 잦은 상황이다.


    KDB대우증권 노조는 회사의 인수전이 임박한 상황에서 종업원지주회사 체제를 선언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8월 초 전 임직원들이 자금을 출자해 전략적 투자자와 함께 직접 대우증권을 인수하는 '종업원지주회사'를 만들어 대우증권 인수작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한 대우증권 노조는 여전히 이 방식을 앞세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B금융과 미래에셋증권 등 거대 기업들과의 인수전에서 노조가 뜻을 이루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향후 매각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데는 충분한 카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노조 측은 종업원지주회사 카드를 앞세워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대치하고 있다. 또 유력한 인수 후보군인 미래에셋증권과 KB금융에 대해 "인수 이후 시너지 효과가 없고, 기존 주주와 직원들에게 피해가 발행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 측은 "종업원지주회사를 원칙적으로 반대할 이유는 없고, 인수 후보자는 많이 나올수록 좋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지만, 회사 매각과 합병 등의 과정에서 강경한 노조의 대응은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대우증권 노조 측은 지난해 홍성국 사장 선임 이전 사장 선임이 두 차례나 연기된 것을 두고, 산은지주와 정부가 더 이상 경영간섭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본사 앞에 컨테이너와 현수막을 설치하고 투쟁을 벌인 바 있다.


    올해 합병을 통해 새출발한 이후에도 물리적으로는 합쳐졌지만 화학적으로는 합쳐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NH투자증권의 경우에는 최근 노사 합의가 급물살을 탔다.


    현재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임금체계 및 인사제도 통합과 관련해 노사가 타협점을 모색 중이다. 특히 노조 자체의 통합에 대해서도 논의가 시작됐다.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노조 집행부가 모두 회사 통합 직전인 지난해 선출돼 노조위원장을 당장 한 명으로 줄이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난달 노조통합을 선언하고, 오는 12월말까지 노조통합을 완료키로 선언한 만큼 관련된 논의가 앞으로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