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12곳-생손보 8곳-카드·증권 6곳 등 32곳 가입 신청
  • ▲ 신용정보집중기관을 둘러싼 금융위와 은행련간의 갈등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진 오른쪽 임종룡 금융위원장, 왼쪽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 신용정보집중기관을 둘러싼 금융위와 은행련간의 갈등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진 오른쪽 임종룡 금융위원장, 왼쪽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금융위원회가 신용정보집중기관 설립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우선 분담금을 많이 내는 32개 기관에 대한 사원가입 신청을 금주내 모두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인력 이동 절대 불가를 내세우는 은행연합회 노조에 대한 막바지 설득작업도 병행해 이르면 연내 인적구성도 매조지할 계획이다.

    법적으로는 내년 3월 12일이 기한이지만 지난달 발표한 '로드맵'에 따라 내년 1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위와 은행연합회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국민과 신한 등 대형 은행들은 대부분 지난주 가입신청을 마쳤다. 은행 주도 기관 설립에 뾰로통하던 생보와 손보, 카드 증권 상호금융사들도 신청서를 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 12곳, 생명·손해보험사 8곳, 카드·증권사 6곳, 상호금융사 등 기타 6곳 등 대상기관 32곳 대부분이 접수를 마쳤다"며 "기한 연장을 요청한 일부 기관도 이번주에는 모두 신청서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 ▲ 분담금을 많이 낼 신용정보집중기관 참여 금융기관들은 이번주까지 모두 가입신청을 마칠 예정이다ⓒ자료=금융위
    ▲ 분담금을 많이 낼 신용정보집중기관 참여 금융기관들은 이번주까지 모두 가입신청을 마칠 예정이다ⓒ자료=금융위


    금융기관들은 분담금과 인적구성 등에 대한 불만이 없진 않지만 "당국 추진안을 거부하기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집중기관의 설립비용과 내년 운영예산은 각각 25억원, 413억원이다. 이중 은행의 분담금은 60%에 달한다. 반면 은행의 의결권은 37.5%(12개사)에 불과하다.

    생보·손보·여신금융협회는 통합신용정보집중기관을 은행연합회 산하로 두는데 불만이 많다. 가뜩이나 방카 사업 등에서 은행 갑질이 불편한 터에 타 금융권을 은행련에 종속시키는 결과라며 투덜대면서도 일단은 당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막바지 관건은 "죽어도 못옮긴다"며 버티고 있는 은행연합회 인력 이동 문제다. 112명으로 꾸려질 신설기관 인원 중 80명이 은행연합회 출신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인력 구성에서 은행연합회 출신 비중(70%)이 월등이 많은 이유는 연합회가 지난 30여년간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의 역할을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1년 반이 넘도록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신분과 복리후생 유지, 은행연합회와의 이동 보장 등을 약속하며 설득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직 거부 확약서'까지 작성하며 완강하다.

    금융위는 은행연합회를 채근해 설득노력을 계속 진행중이지만 불가피할 경우 직원 설득 절차 없이 신설기관에 연합회 직원 절반 이상을 투입하는 방안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내년 1월 출범이라야 물리적인 시간이 한두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 지난달 금융위가 밝힌 신용정보집중기관 조직도ⓒ자료=금융위
    ▲ 지난달 금융위가 밝힌 신용정보집중기관 조직도ⓒ자료=금융위


    이 과정에서 금융위 내부에서는 은행연합회의 몽니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기관 설립 논의 시작부터 대립각을 내세웠던 연합회는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난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국과장급 금융위 실무자들이 은행연합회 직원 설명회를 비롯한 공청회 일정을 잡기 위해 노조와 접촉하고 있으나 번번이 거부당하고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서질 않는다.

    전체 170명 중 절반 가량이 사표를 내고 다른 기관으로 옮겨야 하니 기관 몸집이 반토막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우려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연합회의 태도는 아무래도 옹색하다. 재임시절 기관축소라는 불명예를 안게된 간부들의 입장도 모를 바는 아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완패도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신설기관은 연합회 산하기관이 됐고 이사회 5인 중 의장을 포함해 과반수를 연합회가 추천하도록 했다. 연합회는 추천권이지 임면권은 아니므로 지배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투덜거리지만 타 업권과의 형평성 문제를 생각하면 받아들이기 어렵다.

    연합회 노조는 "산하기관은 법상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거나 지도권·감독권 등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해야 성립하지만, 지분 개념이 없는 비영리법인은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여전히 '빅브라더' 문제도 제기하지만 정보를 마음대로 금융정보분석원(FIU) 등에 제공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현실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국 연합회의 미온적인 대응이 '밥그릇' 지키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비판을 듣는 이유다.

    하지만 연합회 관계자는 "결코 밥그릇 다툼이 아니다"라며 "80년 업력의 연합회 존망이 걸린 문제고 집중기관이 우리나라 은행권 전반의 전산망 콘트롤타워에 해당하는 만큼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은행연합회 노조 정용실 위원장은 "금융위 관계자들과 대화창구는 열어놓고 자주 만나고 있지만 원칙론에서 진전이 없는 실정"이라며 "다만 당국의 압박이 심해지는 만큼 명분과 실리를 함께 충족할 수 있는 대안 마련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연합회나 노조 모두 당국의 강행방침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지만 마냥 거부할 수도 없는 형편에 조심스럽지만 플랜B 대책에 대한 고민도 시작하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예산통제와 잇따른 감사 등 은행연합회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어차피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서는 빅데이터 활용이 필요하고 정보의 효율적인 관리와 통제를 위해서는 신설 기관의 설립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는 연합회가 더 잘알고 있다.

    당국의 밀어붙이기가 야속하기 짝이 없겠지만 이제 그만 아날로그式 몽니를 버리고 보다 생산적인 논의에 나서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