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낮은 수수료' 매력 통할까…로봇 기반 투자 피해 규모 줄일 '안전장치' 필요
  • 금융당국이 올해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은행들도 서비스 준비에 속속 나서고 있다. 고액자산가의 전유물처럼 여겨진 '자산관리' 문턱을 낮추고 고객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다만 은행권의 자문 수수료 지급 체제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로보어드바이저의 '낮은 수수료'에 얼마나 큰 매력을 느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와 함께 로봇 분석에 대한 소비자들의 투자 신뢰도가 그리 높지 않은 점도 앞으로 풀어나가야할 숙제다.

    ◇ 시중은행, 로보어드바이저 상품 출시…서비스 준비 마련 '박차'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제2차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를 위한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3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자산관리를 위한 맞춤형 포트폴리오 구성·운영 등 자문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

    기존에 제공되는 자문서비스는 접근성이 낮고 수수료 등 비용이 높은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해 소비자가 자산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기조에 발맞춰 시중은행들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KB국민은행은 투자자문사 쿼터백과 투자자문 계약을 맺고 로보어드바이저 자문형 신탁상품 '쿼터백 R-1'을 출시했다. 쿼터백투자자문사가 자체 알고리즘을 활용해 6개 자산군·920조개 이상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투자대상을 국민은행 신탁부에 제공하면, 은행 측에서는 이를 활용해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구조다.

          
  • ▲ 지난 11일 KB국민은행은 투자자문사 쿼터백과 투자자문 계약을 맺고 로보어드바이저 자문형 신탁상품 '쿼터백 R-1'을 출시했다. ⓒ 쿼터백투자자문
    ▲ 지난 11일 KB국민은행은 투자자문사 쿼터백과 투자자문 계약을 맺고 로보어드바이저 자문형 신탁상품 '쿼터백 R-1'을 출시했다. ⓒ 쿼터백투자자문

'쿼터백 R-1' 운용에 필요한 포트폴리오는 한국 증시에 상장되고 국내외 기초자산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채권(ETN)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글로벌 투자 자산을 분산투자가 가능하며 거래 편의성이 높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최소 2000만원부터 투자할 수 있고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진다. 고객이 쿼터백 R-1에 투자해 지급해야하는 기본 수수료는 1% 내외다.

국민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상품을 출시한데 이어 다른 은행들도 서비스 마련에 분주하다. KEB하나은행도 이달 내 이를 활용한 사이버 개인자산관리(PB) 베타버전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며, 신한은행도 신한금융지주와 로보어드바이저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IBK기업은행도 로보 어드바이저 자문사 4곳을 초청해 사업설명회를 갖는 등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 로보어드바이저 '낮은 수수료' 매력 통할까…투자 신뢰도 낮은 점도 '해결 과제'
 
다만 은행권에서는 소비자들이 로보어드바이저를 수용하고 이를 적극 이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은행이 고객에게 제공 중인 자산관리 서비스의 수수료가 거의 없어 소비자가 로보어드바이저의 '낮은 수수료'를 큰 장점으로 인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로봇 기반 투자가 생소한 상황에서 고객에게 투자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풀어야할 숙제로 꼽힌다. 

정인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과 국내 자산관리 수수료 지급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해외에서 흥행한 로보어드바이저가 국내에서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인 연구위원은 "미국은 PB들이 고객 자산을 운용하고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때마다 수수료를 받지만, 국내 은행 PB들은 자문 수수료를 받지 않고 투자상품 판매시 거래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많은 기관들이 낮은 수수료를 로보어드바이저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고 있는데 이는 해외에서 해당될 뿐 국내 은행권에서는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낮은 수수료를 받은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자산관리를 유지하면서 수익을 내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결국 은행은 고객에게 자산관리 수수료를 받아서 수익을 내야한다. 그런데 로보어드바이저는 수수료를 낮게 책정하기 때문에, 결국 은행이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고객을 유치해야만 한다. 우리나라는 IT기술 수용도가 높기 때문에 고객 확보가 쉬울 수도 있지만, 로봇 활용 투자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크기 때문에 (로보어드바이저가 정착되기까지)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로봇 기반 투자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막거나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이나 해외 테러 발생 등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로보어드바이저가 즉각 인식해 투자 포트폴리오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고 원금손실을 고객이 책임져야하는 투자상품일 경우 위험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투자 금액 제한 등 제도가 마련되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 방안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1분기 내 발표할 계획이며 투자자 보호 관련 부분도 같이 알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