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지분 22.5% 불과…인수 후 안정적 경영에 한계증권사·금융지주사 대비 PEF 입장에서 가장 매력적 매물노조 "'파킹딜'아닌 진성매각"고수…PEF인수 난관도 많아
  • 현대증권의 재매각 추진이 가시화되고 있다. 새 주인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여전히 PEF(사모펀드)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일 IB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과 현대증권 매각 자문사인 EY한영 회계법인은 이날 중으로 현대증권 매각 공고를 낸다. 인수의향서(LOI) 접수 마감은 29일로 현대그룹 측은 3월 말 본계약 체결을 완료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오릭스PE(프라이빗에쿼티)와의 매각이 무산된지 약 4개월 만에 현대증권은 다시 M&A(인수합병)시장에 나오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벌써 새 주인 후보군을 추리고 있다. 세부 대상으로는 12월 증권가 M&A 시장의 빅 이슈였던 대우증권을 놓쳤던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직전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파인스트리트그룹 등이 꼽힌다.


    관련업계의 시각으로는 증권사를 인수할 수 있거나 인수가 필요한 주체는 '동종업계(증권사)', '금융지주사', 그리고 '사모펀드'로 압축된다.


    다만 현대증권과 대우증권은 매물로서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이 곧바로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들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KB금융지주는 원칙적으로 증권사 인수를 리테일이 강한 증권사 인수를 통해 은행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목적으로 두고 있었다. 반면 현대증권은 KB지주 입맛에 맞는 증권사가 아니라는 결론을 이미 내린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KB금융지주 내부적으로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한 이후에도 현대증권 인수 추진은 '플랜B'에 없었다"며 "은행과 증권 간 시너지 창출을 대전제로 증권사 인수를 추진하는 KB금융의 의도와 현대증권 인수는 맥락이 다르고, 대우증권 인수가 물건너간 이후 대형 증권사 인수는 당분간 고려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를 제외한 타 금융지주사의 경우 이미 대형증권사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증권 인수를 통한 몸집불리기가 필요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부 금융지주의 경우 오히려 계열 증권사에 대한 몸집축소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주사 외에 동종업계(증권사)입장에서도 현대증권의 매각 지분율과 지분구조상 인수를 통해 업력을 강화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지난해 9월30일 분기보고서 기준 현대증권의 최대주주는 현대상선으로 지분 22.43%를 보유 중이다. 이번 매각 대상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 22.43%와 기타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 0.13%를 합한 22.56%다. 결국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가지분 인수가 필수적인데 5% 미만으로 분산돼 있는 지분을 대주주지분 인수 이후 끌어모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지난달 현대증권의 지분 9.54%를 들고 있던 2대주주 자베즈가 블록딜을 통해 현대증권의 지분을 모두 털어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베즈와의 이면계약으로 오릭스PE와의 매각작업이 무산됐다는 점에서 자베즈의 퇴장이 긍정적인 부분을 보일 수 있지만 자베즈가 매각한 주식들의 '종착지'를 현재로서는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도 현대증권 인수전에 쉽게 뛰어들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상선 등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의 지분 22.56%를 시장에 내놨으며, 현대상선과 오릭스가 체결한 매각가격은 6475억원이었다.


    대우증권의 지분 43%의 가격이 2조3853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증권은 대우증권 대비 절반의 지분율을 25% 수준의 가격으로 살 수 있어 가시적으로는 가격 이점이 부각될 수 있다.


    반면 현대증권은 인수가격은 대우증권에 비해 저렴하지만 23% 미만의 지분 인수로는 안정적인 경영을 하기 힘들고, 만약 장기적인 계획으로 인수하게 된다면 인수 이후에도 추가 지분확보가 필수 요건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단기간 내에 회사를 키우고 수익성을 높여 바이아웃(경영권 매각)을 통해 투자원금과 수익을 회수하는 PE들에게는 현대증권은 여전히 매력적인 매물이란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오릭스PE와의 계약에서도 봤듯이 향후 매각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과 콜옵션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현대증권도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한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유리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릭스PE와 함께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했던 투자회사 파인스트리트그룹을 비롯한 사모펀드의 움직임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문제는 작년 오릭스PE와 매각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파킹딜'(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처럼 꾸미고서 일정 기간 뒤 다시 지분을 되사는 계약) 의혹이 불거진 만큼 사모펀드로의 매각은 부담이 따를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현대증권 노조측 역시 "파킹 혹은 가매각 형태가 아닌 진성 매각(True Sale)을 원한다"며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것에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인수 후보군 모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회사 관계자는 "현대증권은 대우증권보다 인수 가격이 낮다는 점과 1호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선정된 케이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공개 매각 절차에 돌입하는 것이 우선순위고, 이후에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