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현대엘리베이터, 기준가격 이하 응찰시 권한 행사
  •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 중인 현대증권 우선매수청구권의 행사 조건을 완화했다. 다만 헐값 매각을 방지하기 위해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쓴 가격 이상으로 입찰에 참여해 달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24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증권 지분에 대해 갖고 있는 우선매수청구권과 관련해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그동안 한국금융지주나 KB금융과 같은 현대증권의 유력 인수 후보군들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우선매수권으로 인해 현대증권의 공정한 입찰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상징이자 돈줄인 현대증권을 쉽게 팔아버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대증권을 지키기 위해 쥐고 있는 마지막 카드가 바로 현대엘리베이터의 우선매수청구권이었다.


    제3자에 매각되기 전 같은 조건으로 주식을 먼저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게 되면 현대증권의 인수전을 통해 경쟁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더라도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증권 지분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현대증권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살 수 있다.


    반면 타 인수 후보군들 입장에서는 우선협상청구권 행사시 인수전의 들러리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한목소리로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라고 압박해왔다.

    여기에 지난해 한차례 진행됐던 현대증권 매각 과정에서도 현대그룹의 '파킹딜'(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처럼 꾸미고서 일정 기간 뒤 다시 지분을 되사는 계약) 의혹이 불거지는 등 매각 의지의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했다는 점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이 타 후보군들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특히 인수후보들이 현대증권의 기존 26일로 예정된 매각 예비입찰 이후 실사 기간에 대한 부분의 연장을 요청한 것도 우선매수청구권 포기 압박을 위한 신경전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이에 맞서 현대그룹 측은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의 후순위 채권자인 만큼 배임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있기 때문에라도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현대그룹)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조건을 완화해 현대증권 매각 작업은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기준가격 이상에서 최고 응찰자가 나올 경우 현대엘리베이터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준가격 이하로 응찰될 경우 현대엘리베이터가 기준가격으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현대엘리베이터도 본입찰 직전 미리 가격을 제시해 다른 인수 후보자들과 경쟁하기로 했다. 결국 현대증권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인수 후보군들이 헐값을 적어낼 수는 없도록 안전장치로 우선매수청구권을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업계는 현대엘리베이터와 그룹의 자금환경으로 인해 현대증권에 대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며 우선매수권을 사용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계열 전체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 현대증권 대주주가 될 자격을 갖출 수 없어 대주주 변경 승인도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조치로 현대엘리베이터의 우선매수청구권은 사실상 헐값 매각을 방지하는 기능만을 하게 됐다는 것이 현대그룹 측의 설명이다.


    다만 현대증권을 매각해 차입금을 해결하고 자금난 해결에 숨통을 트일 수준의 매각가격을 제시받지 못하면 현대엘리베이터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간과할 수는 없다.


    현재 현대증권 지분 전량을 담보로 총 4220억원을 빌린 현대상선은 현대증권의 보유 지분가치를 6900억원으로 보고 있어 그 이상의 금액을 타 인수 후보군들이 적어내야 무난히 인수전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편 현대증권의 인수전은 현재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 그리고 LNK 등 사모펀드 등이 가세한 상황이다.


    KB금융지주의 경우 TF팀을 가동시키는 등 전열을 갖췄다.


    반면 또 다른 인수 후보로 꼽혔던 키움증권은 발을 뺐다. 전일 키움증권은 인수 타당성과 시너지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