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ROE 현대證 8.9%·KB투자증 7.9%로 양사 모두 '무난'합병 이후 사업영역 겹치는 부분 없고 시너지 통한 순익증대 기대
  •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합병과 함께 몸집을 불리더라도 ROE(자기자본이익률)는 적정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M&A(인수합병)와 함께 몸집(자기자본)이 불어나면 사업영역 중복으로 당기순이익이 낮아져 ROE 역시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은 고유의 업무가 분리돼 있어 우발채무나 급격한 시장위축 등 돌발변수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합병 후에도 안정적인 이익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 및 각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796억원, KB투자증권은 471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3020억원, KB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6227억원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성적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시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올해 안으로 합병할 경우 통합법인의 자기자본은 3조9247억원, 당기순익은 3267억원으로 뛴다.

    지난해 전체 증권사 중 당기순이익이 3000억원을 돌파한 곳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회사의 합병 이후 성적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같은 수준이 올해 이후에도 유지될 경우 자기자본의 효율적 관리를 뜻하는 ROE 역시 문제없을 전망이다.


    통합 법인이 3조9000억원에 이르는 자기자본을 갖춘 상태에서 3000억원을 돌파하는 당기순익을 유지할 경우 8% 이상 수준의 ROE 유지가 가능하다. 자기자본 3조9247억원, 당기순익 33267억원 기록 시 연간 ROE는 8.3%가 된다.


    지난해 10대 증권사의 평균 ROE가 8% 수준으로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 이후 예상되는 ROE 역시 상위 증권사의 평균에 머물지만 20% 이상의 ROE를 기록한 메리츠종금증권을 제외하면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다음으로 높은 ROE를 기록하게 된다.


    지난해 현대증권의 ROE는 8.9%, KB투자증권의 ROE는 7.9%로 양사 모두 지난해 무난한 ROE를 기록한 바 있다.


    자기자본과 당기순익을 단순 합산한 이후 ROE를 산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지만, 일각에서는 그만큼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업무영역이 나눠져 있기 때문에 합병 이후에도 ROE 유지는 물론 시너지효과를 통해 순이익을 더욱 늘릴 수 있는 여지도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가 전반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IB(투자은행)분야에서 전망이 밝다.


    현대증권은 ECM(주식발행시장)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강했고, KB투자증권은 채권발행시장(DCM)의 강자다. 양사가 합병하면 IB사업에서 상호 보완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KB금융그룹은 현대증권 인수 후 KB금융그룹 WM/CIB 사업의 핵심 역할 수행에 중점을 두고 추진한다는 계획으로 은행-증권 결합을 통해 차별화 된 서비스를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KB금융그룹은 은행-증권 복합점포 16개를 운영 중으로, 매년 고객자산 성장률은 55%에 달한다.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 후 현대증권의 95개 점포를 기반으로 전국적으로 복합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복합점포를 통해 은행 채널을 통한 현대증권의 온라인 계좌유치는 물론 파생상품 등의 판로 확대가 가능해지고, 현대증권에서 KB자산운용 펀드도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우증권의 ROE는 7.0%, 2014년 8% 이상의 ROE를 유지했던 미래에셋의 ROE는 지난해 유상증자 영향으로 6%까지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대우 보다는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통합법인이 합병 직후 업계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증권의 2014년 ROE가 1.3% 수준에 불과했다가 지난해 8.9%로 급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속적인 수익성확보가 통합 법인의 관건이다. 올해는 증시의 불확실성이 더해지는 한편 현대증권의 우발채무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현대증권의 지난해 PF를 포함한 부동산 우발채무 규모는 2조70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10%를 초과하는 약정을 최근 체결하는 등 위험성향이 상승 중이다.


    특히 현대증권의 경우 2014년 1.5% 수준의 ROE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8.9%로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이익창출의 지속 가능성 여부도 중요한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