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재건 선언 2달 만에 다시 M&A시장에…피인수자 생활만 4년새 주인 KB, 그룹 유동성문제로 흔들렸던 현대증권의 잠재력 이끌어내야
  • 긴 터널을 벗어나 다시 앞으로 달릴 준비를 마친 현대증권의 도약 의지가 이번 인수·합병 이슈로 꺾이지 않길 바란다. 새로운 주인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간의 시너지를 모색하는 한편 이들의 고용에 대한 결정도 서둘러 현대증권 직원들의 불안감을 하루 빨리 매듭지어주길 바란다.

     

    현대증권은 올해 6월이면 창립 54주년을 맞는 한국의 대표 증권사로, '현대'라는 브랜드의 자부심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역사와 전통을 이어왔다.


    작년 말 기준 지점수는 95개로 KDB대우증권 다음으로 많은 지점수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증권은 위탁매매는 물론 채권 영업과 운용에 강점을 보이고 있고, 최근에는 투자은행(IB) 강화와 자산관리(WM) 부문 특화를 통해 '명가 재건'에 나서는 중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명가 재건'이란 말이 현대증권 입장에서는 하나의 아픔으로 들릴지 몰라 조심스럽다.


    그만큼 현대증권이라는 명가는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외풍에 흔들려왔고, 끝까지 극복하려 했지만 결국 '현대'라는 이름을 앞으로 온전히 유지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이 매각이슈에 묶여온지가 어느덧 햇수로 4년째다. 오랫동안 매각 이슈에 노출됐던 만큼 영업력에 유무형의 타격을 받아왔다.


    증권업의 불황, 회사의 영업력 악화 등 증권업계, 회사의 내부 문제가 아닌 모회사의 유동성 위기가 그동안 현대증권을 흔들어왔다. 물론 노사간의 갈등이 발목을 잡기도 했지만 이 역시도 출발점을 되짚어 보면 그룹의 어려움이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현대증권의 앞날은 예측불가였다.


    회사가 오릭스에 팔리기 직전까지 갔고, 그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불안감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외국계, 특히 일본계 금융자본에 회사를 팔았다는 따가운 시선과 함께 파킹딜 의혹도 받았다.


    오릭스와의 매각은 결국 무산됐다. 이에 현대증권은 추스리고 다시 일어서려 했다. '명가 재건'을 천명하고 조직안정에 힘쓰는 한편 사업 다각화 모색에 나섰고, 성과도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현대증권은 IB와 글로벌 투자 등 핵심 사업을 발판으로 인터넷 은행 사업과 같은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급변하는 금융시장을 선도하겠다고 선언하며 2016년 뛸 준비를 마쳤다. 2015년 호실적을 바탕으로 2년만에 신입사원 공채에도 나섰다.


    그러나 불과 2개월 후 현대증권은 다시 시장에 나왔다. 이번에도 역시 현대그룹(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의지와 별개로 모회사의 부실로 인해 회사의 운명이 좌우되기를 수년째 반복했던 과정 끝에 나온 허무한 결과다.


    회사가 다시 M&A시장에 나왔던 지난 2월 무렵에는 현대증권 직원들은 회사 매각이슈가 익숙해져 담담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담담하고, 익숙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는 직원들도 있겠지만, 분명 불안과 초조함을 이야기하는 직원들이 실제로는 더 많았다. 피인수자의 마음은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현대증권 입장에서는 가장 구조조정이나 사업축소의 위험 가능성이 적은 KB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KB금융지주 역시 하루빨리 현대증권 직원들에 위로와 힘을 줘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인수자도 산다. 현대증권을 방치하거나 점령하려 한다면 능력있는 현대증권 직원들이 가장 빨리 회사를 떠나 현대증권은 껍데기만 남는다. 프라임 브로커리지, 위탁매매, IB 등의 강점을 KB투자증권과 시너지를 통해 이어가는 일도 현대증권 사람들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자기자본 3.3조의 회사를 사는 것이 아닌, 현대증권의 직원들을 끌어안는 것이 중요하다. 증권업계의 M&A 바람 속에서 이번 현대증권 이슈 역시 업계 M&A의 모범사례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