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대금 급한 현대그룹·시너지 창출 시급 KB금융 니즈 맞아강성 현대證 노조 반발수위도 낮아…"미래에셋보다 출범 빠를 수도"
  • KB금융지주가 인수에 성공한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작업이 속전속결로 진행될 전망이다.

    현대그룹의 자금확보가 시급하고, KB금융 역시 고가인수 논란을 덮고 시너지 창출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현대상선과 현대증권 지분 22.56%를 1조25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지난 12일 맺었다.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인수가격이지만 KB금융 이사회는 이를 승인했다.

    KB금융은 앞으로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실사와 가격 조정을 거쳐 상반기 중 현대증권 인수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현대증권 지분 추가 매입을 통해 KB투자증권과 합병할 예정이다.


    KB금융이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시점이 지난달 31일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번 SPA 체결은 이른 시점이다. 통상적으로 실사를 진행한 이후 SPA를 체결하지만 이번 딜은 SPA체결을 먼저 완료한 이후 실사가 진행된다.


    이미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해 6월 중 승인을 받아낸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2015년 12월) 이후 대주주변경 승인 완료가 3개월 이상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증권 M&A는 한달 이상 기간이 단축될 전망이다.


    이처럼 현대증권 인수작업에 대해 KB금융이 속도를 바짝 내는 것은 인수자와 매각자의 니즈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증권을 팔면서 까지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한 자구안을 진행 중이다. 현대상선은 현재 4조8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매각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은 주식담보대출 35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으로 9000억원 이상이다. 전체 부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6500억원 수준에 일본계 사모펀드 오릭스PE(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하려 했던 점을 감안하면 호재다.


    채무재조정과 용선료 협상 등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가 많은 현대그룹과 상선 입장에서는 현대증권의 신속한 매각대금 확보가 중요하다.


    KB금융 역시 현대증권 인수를 미룰 이유가 없다.


    당초 업계에서는 중기특화증권사 선정에 KB투자증권이 뛰어든 상태로 이를 위해 한지붕 두가족(투트랙)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15일 중기특화증권사로 지정된 6곳 중 KB투자증권이 포함됐지만 금융당국은 1년 내로 현대증권과 합병할 경우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외부에서는 'KB투자증권이 굳이 선정돼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KB금융 역시 KB투자증권이 대형증권사로 퀀텀점프 하게되는 만큼 중기특화증권사 선정 욕심을 어느 정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특화증권사 선정보다 합병작업이 더 시급한 과제와 이슈라는 것.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양사간의 합병이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합병을 통한 시너지창출 시기를 미룰 필요가 없다는 점도 합병작업에 속도를 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미래에셋대우(대우증권)가 노조를 중심으로 미래에셋증권과의 합병에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며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지만 현대증권 임직원들은 상대적으로 합병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현대증권 노조 및 직원들은 "한국금융지주나 사모펀드보다 KB금융을 선호해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적극적으로 KB금융을 반길 수는 없고, 합병과정에서도 감시와 견제를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노조 측은 인수 후 인력 이동과 지점 폐쇄, 축소 등은 노동조합과 합의해야 한다는 노조의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KB금융지주에 요구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KB투자증권의 직원은 573명, 현대증권은 2283명이며, 지점수는 각각 17개와 99개로 현대증권이 압도적으로 많다. 총자산 역시 6조와 21조3000억원으로 현대증권이 압도적이다.


    증권업계 내에서도 KB투자증권의 입지나 순위가 낮기 때문에 합병을 통한 대대적인 인력감축, 지점폐쇄 등의 우려는 낮은 상황이다.


    KB금융은 100개에 육박하는 현대증권 영업점을 기반으로 은행·증권 복합점포를 40개까지 늘릴 방침이며,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KB금융 관계자는 "향후 은행과 증권 결합을 통한 시너지효과와 현대증권 지분을 시장가격에 사들이면 현대증권의 주당 평균 매입가격은 낮아지기 때문에 고가인수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작업을 속전속결로 진행할 경우 미래에셋의 합병보다 통합출범 시기가 오히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