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CJ헬로비전 합병 "자료 검토에 시간 필요"대기업 집단기준 지정 변경 "TF서 논의 중"
  • ▲ 공정위가 SKT와 CJ헬로비전의 합병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공정위 표지ⓒ뉴데일리
    ▲ 공정위가 SKT와 CJ헬로비전의 합병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공정위 표지ⓒ뉴데일리


    공정거래위원회가 △SKT-CJ헬로비전 합병 △6개 시중은행 CD금리 담합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변경 △일감 몰아주기 대기업 조사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한 공정위 고위관계자들은 29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달 결론이 나오는 현안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공정위가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공개한 것은, 국가 경제에 파급력이 큰 현안 결정이 미뤄지면서 커지고 있는 비판 여론에 대응하려는 목적이다.

    정재찬 위원장은 현대그룹을 시작으로 한진, 한화그룹 등 몇몇 대기업이 조사를 받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상반기 중 한진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현재 조사 중인 대기업 중 가장 진도가 빠른 게 한진"이라며, "한진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시행 전 문제 된 업체를 팔았지만 그렇다고 위법 사항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이달 중순 현정은 회장 친족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현대그룹에 대해 제재처분을 내렸다. 공정위의 현대그룹 제재는, 개정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라,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를 처벌한 첫 사례다.

    현대그룹 사례는 △한진 △하이트진로 △한화 △CJ 등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받고 있는, 다른 대기업에 대한 처벌 수위를 정하는데 있어,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공정거래법은, 거래 과정에서 실질적 역할이 없는 업체를 끼워 부당이득을 제공하는 '통행세'를 금지했다.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정위가 부당이득이 의심되는 대기업의 내부거래를 조사할 때 가격과 거래조건 사이의 '현격한 차이'를 입증해야 했으나, 이 조건도 '상당한 차이'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부당성 입증 부담이 완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비상장사 20% 이상)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포함됐다. 규제 대상은 계열사 중 내부거래액이 연 200억원 이상이거나 연 매출액의 12% 이상인 업체다. 총수 일가도 명백한 위법 사실이 발견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2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4년에 걸친 조사로 '단군 이래 최장기 조사'란 별명이 붙기도 한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CD금리 담합사건 조사에 대해서는, "내달 말 위원회 심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는 관측이 나왔다.

    CD는 은행이 단기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무기명 정기예금증서다. CD금리는 증권사가 CD에 대한 금리를 평가하고 하루에 두 번 수익률을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보고하는 형식으로 정해진다. CD금리는 2012년 12월까지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기준금리로 쓰이기도 했다.

    공정위는 2011~2012년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CD금리를 내리지 않도록 담합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은행채 금리 등 유사한 자금 조달 수단의 금리가 내려가는 동안 CD금리는 변동이 없었다. 같은 모습이 여러 은행에서 나타나는데 그것이 담합의 결과인지 개별 판단인지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돈을 끌어오는 데 이자 비용은 덜 낼수록 이익이다. 그럼에도 CD금리에 변화가 없는 것은 대출금리를 낮추지 않으려는 의도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6개 은행 모두 담합 정황이 있으며 증거 확보와 자료 검토에 시간이 걸려 조사 기간이 길어졌다. 공정위 조사에 대한 증거를 법원이 엄격히 따지고 있어 세밀하게 살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재찬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심사에 들어간, SKT와 CJ헬로비전 합병에 대한 결론이 지금껏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SKT 계열사인 SKT브로드밴드는 335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IPTV 2위 기업이다. 여기에 가입자 382만명을 가진 케이블TV 1위 기업 CJ헬로비전이 더해지면 회원만 700만명이 넘는 거대 방송기업이 탄생한다. 이 때문에 시장 집중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재찬 위원장은 "우리가 기업결합 자체를 승인하거나 불허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가 있으면 시정 조치할 수 있는 건데, 이때 취득한 주식을 다시 처분하라고 할 수도 있어 이를 불허나 조건부 승인으로 보는 듯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결론이 170일 이상 나지 않아 심사 기간인 120일을 넘겼다는 비판도 있지만 자료 검토 기간을 빼면 아직 기한을 초과하지 않았다. 이번 건이 방송-통신이 융합된 첫 사례인 데다, 3월말에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간한 방송·통신시장 경쟁 상황 평가보고서의 내용이 방대해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해명했다.

    정 위원장은 "현대HCN과 CJ케이블넷의 지역 케이블방송사 인수를 심사할 때 1년 이상 시간이 걸렸다. CMB의 지역 케이블 인수 때는 2년 6개월이 소요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변경을 위한 논의는 "아직 검토 중"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현재 자산 5조원이 넘는 업체는 대기업으로 지정돼 순환출자 금지 등 규제를 받는다. 올해 카카오 등 자산 5조원을 겨우 넘긴 기업이 대기업집단에 포함돼 삼성, 현대차 등과 같은 규제를 받게 되면서 기준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재찬 위원장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준용하는 시행령과 각종 고시가 58개에 달한다. 관련 부처들이 모인 태스크포스에서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차등화 적용 여부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세제 혜택은 중소기업 10%, 중견기업 6%, 출자제한 회사 3% 식인데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이 바뀌면 이것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