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메이드코리아 사건 판례 반영"위법성 자체는 여전하나 예외적 승인 의미"
  • ▲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조사의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소비자 이익 증진 등 일부 사안에 한해 허용하기로 했다. 사진은 공정위 표지ⓒ뉴데일리
    ▲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조사의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소비자 이익 증진 등 일부 사안에 한해 허용하기로 했다. 사진은 공정위 표지ⓒ뉴데일리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법 사안인 제조사의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에 대해 소비자 후생 증진과 경쟁 제한 등을 가늠해 심사하기로 했다.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가 클 경우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용인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한미약품, 테일러메이드코리아 사건의 대법원 판례를 반영해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판단 기준 심사지침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는 제조사가 유통사에 상품을 넘길 때 가격을 미리 정해 주고 그 가격 이상이나 이하로 팔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말한다. 유통사가 제조사의 입김으로 정해진 가격 이상으로 거래할 수 없는 것은 최고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그 이하로 매도할 수 없는 경우는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라 한다.

    공정위 개정안을 보면 사업자는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공정위에 소명할 수 있으며 심사 결과 소비자의 이익이 시장 경쟁 억제보다 효과가 클 경우 합법으로 간주된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최고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는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통사 간 경쟁이 활성화됐지만 유통사들의 과도한 가격 경쟁과 납품가 후려치기 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법원은 2011년 대리점에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해온 테일러메이드코리아 사건에서 "상표 간 경쟁을 촉진했는지 등 시장 상황에 따른 정당한 이유 여부를 따져야 한다"며 고등법원으로 사안을 돌려보내 규제 개정의 길을 텄다.  

    앞서 대법원은 2010년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저지른 한미약품 사건에서도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면 허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결국 대법원의 입장을 공정위가 수용해 이번 심사지침 개정으로 이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두 건 모두 결과적으로는 승소했다"며 "다만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자체를 무조건 위법으로 보지 말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기본적으로 위법인 점은 이전과 같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시장선도자인 제조사가 유통사에 가격을 정해주거나 유통사들이 경쟁을 회피할 목적으로 제조사에 가격 지정을 요청하는 행위 등은 여전히 법 위반이다.

    또 공정위는 소비자 후생 증대가 경쟁 제한 효과보다 크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만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허용되는 것이며, 그 입증 책임은 사업자에게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자체는 위법하지만 사업자가 그 행위를 공정위에 소명할 수 있는 것이 바뀐 점"이라며 "명품 브랜드 등 경쟁이 매우 치열한 일부 시장 위주로 한정 적용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사업자의 소명을 심사할 때 △브랜드 간 경쟁 활성화 정도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로 인해 유통업자들의 서비스 경쟁이 촉진되는지 여부 △소비자의 상품 선택 다양성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 여부 등을 고려하기로 했다. 

    이 밖에 공정위는 최고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에 대해서도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 위법함을 명시했다. 예외로 소비자 후생 증대가 경쟁 제한 효과보다 클 경우 위법하지 않다고 규정했다.

    행정예고 기간은 23일부터 내달 13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