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통상마찰 부산항 환적물량 직격탄FTA 재협상 땐 김·굴 수출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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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신보호주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대미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은 3만~9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0.7~2.2%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미·중 간 통상 마찰이 빚어지면 부산항 컨테이너 환적(옮겨싣기) 물량은 감소할 거라는 분석이다. 한진해운 사태로 줄어든 환적 물량이 더욱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추진되면 명태, 가자미 등의 수입이 늘고 식품안전 등 비관세장벽 강화로 우리나라의 김, 굴 등 주요 수출품목은 감소해 수산물 무역수지가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12일 이런 내용의 '미 대선 결과에 따른 해운·항만·수산 부문 영향과 대응' 동향분석을 내놨다.
KMI는 우선 미국 우선주의와 통상 분쟁이 파생수요인 세계 해운업계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의 개정·폐기와 주요 국가와의 FTA 재협상을 주장해왔다. KMI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로 세계 경제와 무역 회복이 지연되면 해상 물동량이 둔화할 거로 내다봤다.
트럼프의 대선공약이 이행될 때 앞으로 5년간 미국의 경제성장 둔화 전망치를 시나리오별로 제시한 무디스의 보고서를 토대로 KMI가 추정한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은 50만~164만TEU로, 1%쯤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디스는 기존 경제정책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앞으로 5년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연 2.2%, 트럼프 공약 이행 때 연 0.9%, 의회와 협력할 경우 연 1.8%로 각각 제시했다.
KMI는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 공약이 그대로 이행되면 미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105만TEU(3.2%), 미국 외 물동량은 59만TEU(0.42%) 등 세계적으로 총 164만TEU(0.93%) 감소할 거로 봤다.
의회와의 협력을 거칠 경우 감소 폭은 줄어 미국 물동량은 32만TEU(1.0%), 미국 외 18만TEU(0.13%) 등 총 50만TEU(0.29%)로 추산됐다.
미국의 물동량 중 아시아~북미 해상물동량은 23만~74만TEU로 1.0~3.2%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물동량 감소에 따른 우리나라 해운업의 피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KMI는 한·미 간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트럼프 공약 이행 때 9만TEU(2.2%포인트), 의회 협력 때 3만TEU(0.7%포인트) 각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은 0.3~1.0%포인트, 환적화물은 1.2~3.5%포인트 줄 것으로 봤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으로 지정하고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등 미·중 간 통상마찰이 현실화하면 무역이 줄어 국내 최대 한·미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항만인 부산항의 환적 물량이 4만~17만TEU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우려했다. 부산항 환적 물량은 북미노선의 7.3%를 차지했던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50만TEU쯤이 감소할 것으로 KMI는 추산했었다. 추가적인 물동량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KMI는 대미 수출화물의 경우 평균 1%포인트 미만으로 물동량이 줄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는 현재 특별한 수입규제는 없으나 2012년 한·미 FTA 발효 전의 관세율(2.5%)로 회귀할 경우 연평균 0.8%포인트쯤(9만2000여톤) 물동량이 줄 것으로 내다봤다.
철강제품은 최근 2년간 수입규제로 대미 수출 물량이 줄어든 상태로, 추가적인 물동량 감소는 0.4~0.7%포인트(2만~3만톤)쯤으로 추산됐다. 화학공업생산품은 수입 규제로 0.3~0.4%포인트(5000~6000톤) 수출물동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시멘트는 미국 내 인프라 투자 확충 공약으로 연간 3.6%포인트(4만톤)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
KMI는 미국이 선박 초대형화 등에 따른 자국의 항만투자 부담을 기항하는 외국 선박에 지울 수도 있다는 견해다. 중국과 한국 등의 해운·조선업 지원정책으로 선박이 초대형화하면서 입항 선사가 미국 항만의 확장 등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기항 선사에 항만유지비를 부과해 부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항만투자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미연방해사위원회(FMC)를 통해 해운선사와 세계해운동맹에 대해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산분야에서는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해 수산물 교역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명태, 가자미 등 최장 15년인 수입 자유화 일정을 단축하라고 압박할 수 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수산물 수입이 발효 전보다 60%쯤 증가해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가운데 재협상을 통해 관세가 조기에 철폐되면 무역수지 적자 확대는 불가피하다. 대미 수산물 교역은 FTA 발표 전인 2011년 2600만 달러 흑자에서 2013년 3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선 후 지난해 15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이 수산식품 안전 등을 내세워 비관세장벽을 높이면 대미 수출이 호조를 보인 김, 굴 등의 주요 수출품목에도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미국은 재협상 과정에서 대미 수출의 28%를 차지하는 조제김의 관세 환원(6.4%)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양창호 KMI 원장은 대책으로 "해운은 국내 화물의 국적선박 운송 확대, 초대형·고효율 선박의 조속한 확보가 필요하고, 항만물류분야는 환적화물 이탈 방지와 신규 유치, 항만경쟁력 강화 시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산분야와 관련해선 "FTA 재협상에 대비해 수입자유화 일정 유지 전략이 필요하고 미국의 비관세장벽 강화에 대비해 미국 내 입법 동향을 살피는 한편 정부 간 협의채널 가동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대선공약 이행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만큼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공상은행 리스, 발틱국제해사위원회 등의 외국 전문가는 트럼프 공약에 대해 낙관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 중산층 회복이 소비와 수입 증가로 이어져 해운물동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또한 통상마찰로 말미암은 국제 무역 위축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거라는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