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정상운행 등 국민 체감 떨어져… 가처분 판결 전 전격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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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파업이 72일 만에 정상화 국면에 들어갔다. 사실상 노조가 백기 투항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철도노조는 전통적인 강성노조로 꼽힌다. 하지만 온 나라를 집어삼킨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묻혀 국민 관심에서 빗겨나면서 파업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7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6일부터 세 번째 집중교섭을 벌인 결과 노사가 이날 파업사태 해결을 위한 노사합의와 올해 연도 임금협약(안)에 합의했다.
노조는 내부 절차를 거쳐 조속한 시일 내 업무에 복귀하고, 임금은 정부지침 범위 안에서 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사는 역대 최장기 기록을 경신한 이번 파업의 핵심쟁점 사안인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선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016년 임금협약안과 노사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보충교섭 결렬로 촉발된 철도 노동쟁의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며 "(성과연봉제 관련) 임시처분 소송의 결과와 앞으로 노사합의 준수 여부에 따라 언제라도 쟁의권이 발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결되지 않은 성과연봉제 관련 보충교섭은 조합원들과 진지한 토론을 거쳐 쟁의 전술 전환 등과 관련한 투쟁을 '불법적 성과연봉제'가 철회될 때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쟁의 전술 전환을 주장하지만, 핵심 사안이 흐지부지 덮이면서 노조가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노조는 내년 1월1일 시행 예정인 성과연봉제 도입을 막기 위해 지난달 23일 대전지방법원에 '취업규칙 효력중지 임시처분신청'을 낸 상태다. 첫 심리는 오는 13일 열릴 예정이다. 최종 결론은 이달 말께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내년 1월1일 이후 본안소송을 진행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었다.
하지만 노조는 임시처분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기도 전에 사실상 파업을 접기로 급선회했다. 일각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로 철도 파업이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하면서 노조가 임금협상 등 최소한의 실익을 챙겨 노조원을 달래는 선에서 퇴로를 마련했다는 견해가 나온다.
코레일이 화물열차, 무궁화·새마을호와 달리 KTX와 통근열차를 평소처럼 운행하면서 운행 차질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가 높지 않은 것도 노조 지도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국이 어지러운 가운데 지난주 들어 파업에서 복귀하는 노조원이 하루 수십 명으로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는 의견이다.
전통적인 강성노조인 철도노조로선 역대 최장기 파업에도 핵심쟁점 사안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적잖은 후폭풍에 휩싸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앞으로 노사협상에서 주도권을 사측이 쥘 거라는 견해다. 노사는 노조 집행부에 대한 징계절차와 파업에 따른 1000억원의 손실처리문제 등 앞으로 논의해야 할 과제가 적잖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