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누적 피해 규모 600억원 육박
  • 시멘트업계가 50일이 넘는 철도 노조의 파업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미 업계 추정 피해액은 600억원에 육박했고,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처럼 극심한 피해를 겪고 있음에도 업계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코레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체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시멘트 운송의 40%는 화물열차를 통해 이뤄진다. BCT와 비교해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물량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화물열차 운송은 매출에 큰 영향을 준다.

    철도 노조 파업 이후 평시 대비 화물열차 운송률이 40% 이하로 떨어져 공급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나마 코레일 측에서 물류피해 최소화를 위해 화물열차 운행을 10회 늘리는 등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파업 장기화로 성수기 시멘트업계의 타격은 더욱 크다. 기자는 최근 서울 시내 시멘트 유통기지(싸이로)를 방문했을 당시 오전 10시 이전에 일부 시멘트 물량이 바닥을 드러내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시멘트업계는 매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업체들은 속으로 애만 태우고 있다. 생존과 직결된 문제에 놓인 업체들이 합심해 피해 현황을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확실한 지원 방안 등을 요구해야 하는데 말이다.

     

    이처럼 속앓이만 하는 이유는 뭘까. 화물열차를 배정하는 코레일의 심기를 건드릴 경우 자칫 지금보다 더욱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 코레일 눈치만 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철도 노조 파업 장기화에 따른 피해 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지만, 파업 종료 후를 생각을 해야 한다. 화물열차 운행은 업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코레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멘트업체들은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피해액은 점점 불어나고 있다. 언론들도 해당 이슈에 대해 점차 둔감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철도 노조 파업이 예고될 당시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시멘트업계 피해를 우려하는 보도들이 쏟아졌지만, 이마저도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A 시멘트업체 홍보실 관계자는 "철도 노조 파업 초기만 해도 하루에 두 세번은 관련 문의가 들어왔으나, 최근에는 단 한 통의 문의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레일의 지원이 절실한 시멘트업체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생존의 문제가 달린 상황에서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

    아직까진 시멘트협회가 적극적으로 언론 등과 의사소통을 하고 있지만, 힘이 부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협회 중심이 아닌 업체 중심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