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 "싸다는 이유로 기간 반복 연장… 특정업계 특혜"레미콘업계 "원료 없어 공장 멈춰야… 골재파동 장기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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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모래 채취를 둘러싼 수산업계와 레미콘업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수협중앙회를 비롯해 수산업계는 무분별한 바닷모래 채취로 어장 생태계가 훼손된다며 골재채취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레미콘업계는 원료 공급 중단으로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할 판이라며 골치를 앓고 있다.
남해EEZ(배타적 경제수역) 대책위원회는 8일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바닷모래 채취 금지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지난해 연근해 어업 생산량이 44년 만에 처음으로 100만톤 밑으로 떨어지는 등 극심한 조업난을 겪고 있다"며 "국토교통부가 남해 EEZ에서 바닷모래 채취 기간을 연장하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데 이를 막고 해역을 원상 복구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어민과 수산업계는 바닷모래 채취로 말미암아 수산 동식물 산란과 생육이 저해되고 서식장이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정부가 애초 국책용 건설사업에 한해 바닷모래 채취를 시작하더니 2010년부터 국책용과 민수용 구분을 없앤 것도 모자라 계속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어민을 무시하는 수산말살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한 준설토 등 대체골재를 조달할 수 있는데도 싸다는 이유로 바닷모래를 퍼 올려 어민만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며 "국토부는 어자원 고갈과 환경파괴, 어민 피해 등에 따른 비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바닷모래를 헐값에 민간업자에게 넘기면서 골재수급을 왜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정부는 2008년 서해와 남해 EEZ에서 골재채취를 시작한 이래 지난해까지 총 1억434만㎥의 바닷모래를 퍼 올렸다. 통영에서 동남 방향으로 70㎞쯤 떨어진 남해EEZ 골재채취단지에서 6236만㎥, 군산 서남방 90㎞ 지점의 서해EEZ 단지에서 4259만㎥를 각각 채취했다.
서해채취단지는 사업 기간이 내년 말까지다. 남해단지는 지난달 채취 허가 기간이 만료됐다.
대책위는 "정부는 국책사업에 한해 2년간 3520만㎥만 채취하겠다더니 지금까지 세 차례 연장해 사업 기간이 8년4개월로 늘었고, 이번에 또다시 기간을 연장하려 한다"며 "대체골재개발이나 골재 수입 등 다른 대안 없이 기간과 채취물량을 반복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이날 바닷모래 전면 중단과 골재채취 해역의 원상복구를 요구했다. 대책위는 "어민 삶의 터전인 바다와 물고기 산란장을 지키고자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역설했다.
어민들은 레미콘업계가 '골재 파동'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선 "장삿속에서 비롯된 이기적인 주장"이라며 "특정업계와 소수 업자가 바다 환경을 훼손하고 이익을 취하게 하는 것은 특혜나 다름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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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지역 레미콘 업계는 원료인 모래가 모자라 공장문을 닫아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산레미콘공업협동조합은 오는 11~14일 나흘간 50여개 공장의 가동을 일제히 멈추기로 했다.
모래 공급 중단 사태가 길어지면 공장 가동 중단도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다.
부산·울산·경남지역 레미콘업계는 남해단지에서 채취한 모래를 원료로 써왔지만, 수협과 수산업계 반발로 지난달 중순 이후 채취가 중단돼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남해채취단지에서 퍼 올려 공급된 모래만 1167㎥에 달한다. 부·울·경지역 연간 모래 사용량 1만3000㎥에 육박하는 양이다. 부산은 거의 전량을 바닷모래 채취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사업 기간이 남은 서해채취단지에서 모래를 가져오는 방안도 있지만, 물량이 적고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견해다. 가격이 남해단지 채취 모래는 ㎥당 1만5000~1만6000원인 데 비해 서해는 3만원 이상으로 2배쯤 비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