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6시간 '마지막 항해'… 31일 오후 1시30분 목포신항 접안하역작업 후 선미부로 재접안… 모듈 트랜스포터 456대로 육상 운반객실 직립방식, 수습 60일·비용 40억… 선체조사위 "선체 훼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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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침몰한지 1081일째인 31일 목포신항에 도착했다. 철재부두로 올려져 거치되는 시점은 다음 달 6일께가 될 예정이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이날 해양수산부가 선체정리 방법으로 선택한 객실 절단에 대해 반대 뜻을 밝혔다.
◇내달 초 소조기에 육상 거치 시도… 6일께 끝날 듯
해양수산부는 31일 오후 1시30분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운반선(화이트마린호)이 목포신항에 접안했다고 밝혔다.
현재 반잠수선은 측면이 부두에 닿은 상태다.
세월호를 육상으로 꺼내오려면 반잠수선 선미(고물)쪽이 부두에 닿아야 한다. 선체를 육상으로 운반할 모듈 트랜스포터(MT)가 선미쪽으로 진입하기 때문이다.
MT는 무거운 대형구조물을 운반하는 장비로, 자체 엔진과 고무바퀴가 달렸다. 바퀴 위에는 길이 8.5m, 폭 2.45m의 금속판이 놓여 있다. 1대당 최대 40톤까지 견딜 수 있다.
세월호 육상 거치에는 MT 76대를 연결한 멀티모듈(길이 1114.8m, 폭 19.6m) 6줄(총 456대)이 선체 아래로 투입된다. 멀티모듈 1개당 198~240톤까지 떠받칠 수 있다.
해수부는 반잠수선을 선미쪽으로 재접안하기 전까지 세월호 고정 해제, 배수작업, 선미 측 6대의 권양기(MT 이동 시 선체 움직임 방지 장치) 설치작업 등 하역준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육상거치 작업은 정밀한 조정이 필요하다. 선박과 부두의 단차를 고려해 조석간만의 차가 최소화되는 다음 달 4~8일 소조기에 육상 거치를 시도한다.
해수부는 다음 달 1~3일 MT 총 462대(예비 6대 포함)를 동원해 조립과 시운전을 거쳐 6일께 철재부두 거치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MT로 세월호를 육상으로 꺼내는 작업은 세월호를 인양할 때처럼 하중을 안정적으로 지탱할 수 있게 정확한 위치 조정이 필요하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고 안전하게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가 육상에 거치되면 선체 안전도와 위해도 조사, 방역 등을 우선 거친다.
이어 미수습자 수습과 선체 내부의 유류품 등을 정리하는 선체정리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30일 본격 가동한 현장수습본부에서 선내 수색과 신원확인, 장례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며 "중요한 사항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105㎞·6시간 순항… 예상보다 1시간30분 단축
세월호를 실은 화이트마린호는 이날 오전 7시 닻을 올려 동거차도 인근 해역을 출항했다.
오전 9시25분에는 가사도 해역에서 길을 안내할 도선사 2명이 반잠수선에 올랐다. 500톤 이상 외항선이 내항을 운항할 때는 도선사를 태워야 한다.
애초 반잠수선은 시속 13~18.5㎞ 속도로 105㎞를 항해해 오후 2시30분께 목포신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동 경로는 평사도와 쉬미항 사이, 장산도와 임하도 사이를 지나 시하도 서쪽, 달리도 남쪽 해역을 차례로 거쳐 목포신항에 닿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파도가 1m 이내로 잠잠하고 기상 여건이 양호해 속도를 내면서 예상보다 이른 오후 1시 목포신항에 도착했다. 반잠수선은 오후 1시30분 접안을 마쳤다.
반잠수선 이동 속도는 도선사와 선장이 결정한다. 반잠수선은 길이 216.7m 폭 63m로 축구장 2배 크기에 맞먹는 초대형 바지선이다. 7만여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세월호는 내부의 개흙과 잔존수를 고려해도 총 무게가 1만여톤쯤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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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체 절단하나… 선체조사위 '부정적' 의견
세월호 육상 거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선체정리 방식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선체 정리는 선체 내 미수습자를 수습하고 잔존물을 반출·분류·보관·처리하는 작업이다.
이날 세월호 선체조사위는 해수부가 미수습자 수색을 위한 최적의 방식으로 선택한 '객실 직립방식'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이날 "미수습자 수습을 우선시하고, 선체 훼손 가능성이 있어 기본적으로 선체 절단에 부정적"이라며 "다만 해수부가 선체정리업체인 코리아쌀베지와 선체 절단을 전제로 계약한 상태라 확정해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코리아쌀베지가 제안한 객실 직립방식은 세월호 선수(이물)와 선미의 객실 부분을 잘라낸 뒤 크레인으로 바로 세워 부두에 내려놓는 것이다.
선수와 선미 총 92m, 수직으로 N·A·B갑판 등 총 3개층 8.8m를 절단하면 객실 부분 2개만 분리할 수 있고, 무게는 각각 1000톤쯤으로 추정된다.
해수부는 지난해 7월27일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술검토 기획단(TF)을 꾸려 선체정리 방식의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했다.
검토 방식은 △객실 직립방식 △인양 후 객실 분리 없이 수직으로 진입해 수습하는 방식(수직 진입방식) △선체를 육상에서 바로 세우는 방식(육상 직립방식) △선체를 수중에서 바로 세우는 방식(수중 직립방식) 등 총 4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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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 직립방식은 미수습자 수습에 60일쯤 걸려 가장 빠르고 안전한 방법으로 분석됐다.
객실 분리과정에서 화물칸 상단이 일시에 절단되지만, 이 부분이 외벽이고 사고 때 대부분이 영상으로 공개된 부분이어서 사고 원인 조사에 영향이 없다고 판단됐다.
수직 진입방식은 대규모 절단은 피할 수 있다. 다만 미수습자 수습에 120일쯤이 걸린다는 계산이다.
작업자 진입이나 화물을 빼내려면 중·대규모 천공이 다수 수반된다. 추가 천공이나 내부 격벽 제거 때 절단면이 오히려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됐다.
선체가 옆으로 누워있다 보니 작업여건(높이 22m, 폭 2.5m)이 열악해 안전사고의 우려가 큰 것으로 검토됐다.
육상 직립방식은 수습에 최소 150일쯤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로 지적됐던 구조적 손상은 이론적으로는 없을 수 있다고 검토됐다.
바로 세우려면 국내 최대 규모 장비(1만톤급 해상크레인)를 동원해야 한다. 선체 무게를 줄이려면 외판 절단 후 화물을 먼저 빼내야 해 준비 작업에만 최소 78일쯤이 걸린다. 세우는 과정에서 와이어(128가닥)로 말미암아 객실부 손상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됐다.
수중 직립방식은 수습 기간이 163일쯤 걸리는 것으로 추산됐다. 육상 직립방식보다 동원장비의 규모가 작고 화물을 미리 빼낼 필요가 없다.
다만 유실방지를 위해 선체 측면 인양 후 측면의 개구부를 보강하고서 다시 가라앉힌 후 바로 세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준비 기간은 91일쯤이다.
와이어로 말미암은 객실부 손상 가능성이 단점으로 제기됐다. 수중 기상 상황이 석 달 이상 양호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됐다.
비용은 수직 진입방식과 객실 직립방식이 각각 40억원, 수중 직립방식은 105억원, 육상 직립방식은 동원 장비에 따라 138억~265억원이 드는 것으로 나왔다.
미수습자 수습의 적합성과 작업 기간, 선체 손상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객실 직립방식이 가장 타당하다는 게 해수부 설명이다.
이날 세월호 선체조사위는 미수습자 수습방안을 해수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제안 내용에는 미수습자가 있을 가능성이 큰 구역에 수색자 안전을 위해 로보캠을 투입하는 방안과 세월호에서 반잠수선으로 흘러내린 개흙의 안전한 처리 방법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체조사위는 해수부 검토 의견을 받아 다음 달 5일까지 미수습자 가족과 수습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