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3개국 ‘포스트 차이나’로 재조명현지은행 당기순이익 1년새 급상승, 현지 영업기반도 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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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중국 금융시장으로 대거 몰렸던 은행권이 요즘은 발 길이 뜸하다.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도 한 몫 하지만 국내은행뿐만 아니라 현지 및 해외은행과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중국 시장을 대신할 수 있는 동남아 국가로 진출 지역을 바꿔 시중은행들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특히 신흥시장으로 꼽히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3개국은 이제 막 해외투자자에게 빗장을 푼 만큼 국내은행 간 선점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베트남 시장 선점효과 ‘톡톡’
베트남 시장에는 신한은행을 비롯해 우리, 국민, KEB하나, 농협은행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일찌감치 신한은행이 터를 잡으면서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1993년 베트남에 첫 발을 디딘 후 2009년 법인전환을 완료하고 2011년에는 신한베트남은행과 신한비나은행을 합병해 덩치를 키웠다.
지난해 신한베트남은행은 5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며 3월말 현재 총대출 규모는 11억6000만 달러를 돌파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기록 중이다.
최근에는 ANZ은행의 베트남 리테일 부문 인수 계약까지 체결하며 세를 더욱 확대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의 라이벌은 국내은행이 아닌 글로벌뱅크인 HSBC다. 이번 ANZ은행의 베트남 리테일 부문 인수로 HSBC와의 자산 및 이익 격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3년 연속 4개 지점 설립 인가를 취득, 연내 4곳을 모두 개설할 경우 총 22개의 영업망을 보유하게 돼 현지 고객들에게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영업망이 없는 지역은 모바일전문은행 써니뱅크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자동차대출상품 등 현지 고객 관심이 높은 금융상품으로 리테일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진출 3년만에 순이익 2배 증가
인도네시아 역시 국내은행이 탐내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지난해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당기순이익은 6억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000만 달러 증가했다.
이중 인도네시아는 자산증가율에서 베트남에 이어 2위, 순익 증가도 홍콩에 이어 2위를 기록한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눈에 띄는 국내은행은 KEB하나은행이다.
KEB하나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인 ‘PT Bank KEB Hana Indonesia’는 2014년 3월에 (구)하나은행과 (구)외환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을 통합해 탄생했다.
2017년 3월말 기준으로 총 57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통합 이후 인도네시아 법인은 최근 3년 평균 대출 성장률이 39%에 달해 높은 성장률을 시현하고 있다.
또 2016년말 당기순이익 571억원을 기록하며 1년 전과 비교해 봤을 때 순익 증가율이 59%에 달한다.
KEB하나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은 중국법인과 함께 국내은행 중 가장 성공적인 현지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KEE하나은행 관계자는 “올해도 2개의 점포를 추가로 개설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 전략과 안정적인 이익확보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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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은행이 최근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신한베트남은행 입출금 창구, 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PT은행 상담창구, 우리은행의 우리웰스뱅크필리핀 투자협약식 모습.ⓒ뉴데일리
◆필리핀, 정치적 불안요소 있지만 잠재력은 으뜸
앞서 거론된 두 나라에 비해 필리핀은 국내은행의 진출이 더딘 지역이다. 정치적인 불안 요소도 있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이 상당수 거주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위한 금융서비스로 조기 안착도 가능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국내 거주 중인 필리핀 노동자를 위한 해외송금서비스도 국내 은행에게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 같은 잠재력을 기대하고 현지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곳으로 우리은행을 꼽을 수 있다.
우리웰스뱅크필리핀은 현지 중형 저축은행으로 필리핀 금융시장 개방 이후 외국계은행이 현지 저축은행 투자를 통해 진출한 첫 사례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0월 지분 51%를 인수하며 사업다각화를 진행 중이다.
우리웰스뱅크필리핀은 우리은행과 파트너사인 비크살(Vicsal)그룹의 합작 형태로 주주 구성을 마쳤다.
파트너사인 비크살 그룹은 필리핀 전역에 백화점과 슈퍼마켓 등을 운영 중이며 1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대형 유통회사다. 우리은행은 비크살 그룹과 함께 신용카드 사업을 추진해 2020년까지 130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한 다는 계획이다.
또 현재 16개인 네트워크를 매년 3~4개 확대해 2020년까지 필리핀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신설 영업점은 비크살 그룹이 운영하는 대형 백화점과 한국기업이 다수 위치한 마카티 및 카비테지역 등에 설립할 예정이다.
한국인들이 밀집한 지역에는 코리아 데스크를 운영해 약 12만명의 교민과 연간 140만명이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여기에 ‘글로벌 위비뱅크 플랫폼’을 필리핀 시장에 도입해 비대면 고객 채널을 확대하고 플랫폼에 탑재된 한류콘텐츠 제공을 통해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필리핀 젊은 층을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현지 파트너사인 비크살 그룹과 협력해 우리은행의 노하우를 활용, 고객들이 신뢰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은행으로 키워 나갈 계획이며 이를 통해 필리핀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