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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시장을 떠나는 외국계 은행이 늘고 있다.
14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RBC, 골드만삭스, BBVA 3개 외국은행 국내지점에 대한 폐쇄 인가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3개 외은지점은 지점 폐쇄를 위해 그동안 모든 금융거래를 정리하고 근무 직원과의 퇴직협의를 완료했다.
골드만삭스는 은행, 증권 지점 간 중복비용 절감을 위해 은행 지점을 폐쇄하지만 증권 지점을 통해 국내 영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BBVA는 지점 폐쇄 이후 사무소를 신설해 한국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등 관련 업무를 수행할 뜻을 밝혔다.
3개 은행의 폐쇄로 국내 영업 중인 외국계 은행은 총 40개로 줄었다.
하지만 이탈을 선언한 외국계 은행이 계속 발생함에 따라 수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거론된 3개 은행 외에도 UBS, 바클레이즈도 지난해 국내 철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씨티은행의 경우 대규모 지점을 축소하고 있어 최근 철수설이 다시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씨티은행은 지점만 축소할 뿐 인터넷 및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채널 영업을 강화할 뜻을 밝혔지만 직원들의 고용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HSBC도 지점 축소, 비대면채널 강화, 소매영업 철수 등 순으로 영업조직을 축소한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까지 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일단 금융위원회는 국내 철수 예정 지점들은 모두 유럽계 은행이라며 외국계 은행의 대규모 이탈은 없다고 입장이다.
유럽계 은행은 대부분 투자은행업을 주 사업으로 영위해 왔다. 최근 글로벌 파생거래 규제 강화로 자본 부담이 확대됨에 따라 미국과 영국 외 지역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실제 RBC의 경우 우리나라 외에도 아시아 9개국, 유럽·중동 21개국 등 총 30개국에서 철수 또는 축소하고 있다.
BBVA도 한국과 일본 지점, 호주 사무소를 폐쇄하고 바클레이즈는 한국, 대만,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철수한다.
특히 유럽계 은행은 유럽 재정위기 이후 경쟁은행 대비 자본확충이 더딘 가운데 파생거래 비중도 커 자본확충 필요 규모가 큰 편이라 해외 사업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들의 국내 지점도 저금리에 따른 수익 저하로 인해 사업을 접었다는 평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과거 외국계은행의 경우 해외 본점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국내 상품투자로 수익을 실현했으나 최근 저금리과 함께 변동성도 축소돼 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국계 은행의 빈자리를 아시아계 은행이 채우고 있는 모습이다.
무역금융·대출 등 상업은행 업무를 주된 영업으로 하는 아시아계 은행의 국내 진입은 2008년 이후 가장 활발하다.
중국 광대은행, 인도 SBI은행, 인도네시아 느가라은행 등 다수의 아시아계 은행이 신규 지점을 설립했다.
노던 트러스트 컴퍼니, 뉴욕멜론 등 자산관리형 서비스를 주로 영위하는 북미계 은행도 점차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
은행권외에도 알리안츠 손보 지점에 대한 보험업 인가를 앞두고 있어 외국계 금융회사의 진입이 어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