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환영' vs 철도공단·SR '반대'… SR 내년 공공기관 지정은 불가피할 듯김현미 국토부장관 후보 "통합 검토"… 철도업계 "녹록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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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철도기업 통합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철도업계가 뒤숭숭하다. 옛 철도청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일단 수서발 고속철(SRT) 운영사인 ㈜에스알(SR)의 공공기관 지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의 수평통합이나 철도운영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 간 수직통합은 녹록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민주당 정부에서 어렵게 분리한 것을 민주당 정권에서 되돌려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할 수도 있다.
◇김현미 "통합 검토"… 철도업계 의견 분분
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4일 국회에 낸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철도 민영화는 공공성 유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SR 도입 취지를 고려하면서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레일과 SR의 통합과 관련해선 "경쟁도입으로 요금인하 등 긍정적인 측면과 코레일 경영악화 등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있다"며 "현 체계의 장·단점을 종합 검토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통합에 대한 철도업계의 견해는 제각각이다.
코레일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철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견해다.
코레일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철도산업은 연간 200조원 이상의 초대형 시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중국은 2015년 남차(CSR)와 북차(CNR)를 합병해 대형 철도차량기업 중차(CRRC) 그룹을 설립했고, 프랑스는 철도운영공사(SNCF)와 철도시설공단(RFF)을 철도공사(SNCF) 그룹으로 합병해 철도시장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코레일과 철도공단이 힘을 합치기는커녕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 헛심만 쓴다"며 "두 기관의 주무 부처인 국토부도 갈등을 조장하고 시너지를 모으는 일은 못 한 채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레일 다른 관계자는 "일각에서 통합하면 코레일만 좋은 일이라고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직원 급여가 오르는 것도 아니고 간부들도 업무 중복으로 자리가 줄 수 있어 고용 불안 요소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저비용항공사(LCC)나 프리미엄 고속버스 운행 확대 등 교통여건 변화에 맞춰 경쟁력을 갖추려면 비효율을 없애야 한다"며 "통합은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고 이를 통해 운임을 내릴 수 있어 승객에게도 이익"이라고 역설했다.
코레일 일각에서는 이런 당위성에도 SR과 철도공단이 통합에 반대하는 것은 조직이 코레일에 흡수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제기한다.
반면 SR과 철도공단은 통합에 반대한다. 타성에 젖은 코레일의 제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이승호 SR 사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통합에 대해 "통합하는 순간 철도산업은 끝이다. 효율을 버리고 비효율을 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철도공단 관계자도 "철도산업 성장을 위해서 독점보다는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는 게 좋다. 그게 국민의 선택권을 늘리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른 철도공단 관계자는 "코레일로선 경쟁이 귀찮은 데다 승객마저 분산되니 싫은 것"이라며 "SR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반면 코레일은 공무원 마인드여서 국민 편의보다 밥그릇 챙기기에 더 신경 쓴다"고 꼬집었다.
그는 "코레일은 KTX 좌석 콘센트 설치부터 마일리지제도 부활까지 서비스를 개선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동안 뒷짐 지고 있다가 SR이 하니까 귀찮지만 따라 하는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통합을 둘러싼 이해당사자 간 견해차가 엇갈리는 상황으로, 김 장관 후보자의 통합 검토가 앞으로 어떻게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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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 공공기관 지정될 듯… 통합 급물살은 '글쎄'
SR의 경우 내년 공공기관 지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는 공공기관이 50% 이상 지분을 갖거나 30% 이상의 지분으로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게 돼 있다.
SR은 대주주인 코레일을 비롯해 공공기관 지분이 100%인 회사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지난해에도 SR이 공공기관 지정대상이라고 기획재정부에 현황 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올 초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기재부는 SR의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SR은 지난해 12월 운영을 시작해 분석에 필요한 수입·결산서 자료가 없다 보니 올해 초 지정이 유보됐다"면서 "내년 초 재검토 결과에 따라 공공기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국토부도 SR의 공공기관 지정을 반대했다. SRT 개통 초기여서 조직 안정화가 필요하고 공공부문 경쟁 등 SR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내년 1월 재검토 때는 사정이 다를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민우 국토부 철도국장은 "정권이 바뀐 만큼 올해 (국토부) 의견은 달라질 수 있다"며 "새 정부 정책방향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를 높게 보는 쪽이어서 그렇다"고 밝혔다.
SR이 공공기관이 된다고 해서 코레일과 의무적으로 통합되는 것은 아니다.
국토부나 SR은 설립 취지대로 경쟁 관계를 유지하는 게 국민에게 돌아가는 몫이 더 많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박 국장은 "유럽국가 대부분은 복수의 철도운영사를 둔다"며 SR 공공기관 지정이 곧 통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코레일과 철도공단의 통합도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두 철도 공기업 분리가 과거 민주당 정부에서 시작된 만큼 옛 철도청을 부활하는 문제는 문재인 정부로선 역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철도산업 상하분리는 지난 김대중 정부에서 정책을 수립해 노무현 정부에서 분리가 이뤄졌다"며 "통합 검토는 철도산업 독점으로 말미암아 통제 불능의 거대 공기업이었던 철도청을 부활하겠다는 것과 진배없다. 합쳤다가 옛날과 같은 문제가 다시 생기면 그때는 철도산업이 정말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철도업계에 따르면 코레일과 철도공단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구조개혁을 위한 법적 토대가 마련돼 분리됐다. 2004년 기존 고속철도공단과 철도청 건설부문을 묶어 철도공단이, 이듬해 철도청 운영·물류부문을 합쳐 코레일이 각각 출범했다.
철도청 부활 논의가 급물살을 탄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에서 개혁을 이유로 분리했던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는 셈이다.
철도업계 다른 관계자는 "과거 철도청은 여러 적폐를 안고 있었다"며 "통합된 조직에서 예산을 쪼개 쓰다 보니 기본적인 철도 인프라 구축에는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철도공단 관계자도 "공단 분리 이후 철도 인프라가 본격적으로 구축된 것은 맞다"고 말했다.
통합 논의 과정에서 기재부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그동안 기재부는 코레일이 시장 독점 체제에 안주해 방만한 조직 운영 등 경영 효율화에 소홀했다고 판단하고 지원예산 삭감 등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벽지노선 운행 등에 대한 손실을 보전하는 공익서비스(PSO) 보상예산을 삭감한 게 대표적이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통합 검토가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