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 못찾은 대기성 자금·고령화·안전자산 선호 탓 등 분석 다양
  • 우리나라 가계가 쌓아놓은 현금이 사상 최초로 70조원을 돌파했다.

    3일 한국은행의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가계 및 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이하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 3444조4173억원 중 현금은 70조2001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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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가계가 쌓아놓은 현금이 사상 최초로 70조원을 돌파했다.

    3일 한국은행의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가계 및 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이하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 3444조4173억원 중 현금은 70조2001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의 현금 자산이 70조원을 넘기는 사상 처음이다.

    가계 금융자산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지만, 증가율은 두드러진다.

    지난해 현금 증가율은 16.8%로 금융자산 평균 증가율(6.5%)의 2.6배나 되고 올해 1분기에도 현금 증가율(2.8%)이 금융자산 증가율(1.6%)을 훨씬 웃돌았다.

    가계가 현금 보유를 확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저금리 상황에서 가계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현금을 그냥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대기성 자금이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1.25%까지 떨어지면서 예금으로 높은 이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채권 등 다른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도 부진한 편이다.

    지난 3월 말 가계의 채권 자산은 158조3280억원으로 3개월새 6조298억원, 3.7% 줄었다.

    주식 시장은 기업 이익 개선 등으로 호황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스피가 오랫동안 박스권에 머무르면서 투자가 저조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안전자산인 현금 선호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1분기까지 정치적 불확실성과 부동산 경기 등 경제에 대한 불투명성이 컸다"며 "가계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현금을 선호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빠른 고령화와 같은 구조적 요인을 꼽기도 한다.

    한은이 작년 3월 발표한 '2015년도 경제주체별 화폐사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대와 60대 이상 연령층이 현금을 많이 보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가구의 연령대가 높을수록 현금 보유 규모가 크다"며 "앞으로 고령화 진전이 화폐 수요의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