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간 수십만명이 응시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필요한 사업비는 수험생, 학부모가 상당 부분 부담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중적인 행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대학 입학전형료·입학금 등에 대해선 대통령이 나서 인하 시키거나 폐지를 추진 중인 반면 정작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수능 사업비의 전체 예산 지원은 외면하는 모습이다.
올해 11월16일 치러지는 2018학년도 수능의 응시원서 접수는 24일부터 내달 8일까지 진행된다. 고교생은 재학 중인 학교에서, 고교 졸업생은 출신교 또는 주소지 관할 시험지구교육청에서 신청이 가능하다.
시험을 치르기 위해 납부해야 하는 응시료는 수능 응시 영역에 따라 4개 이하는 3만7천원, 5개 영역의 경우 4만2천원, 6개 영역은 4만7천원이다.
전국 197개 4년제 대학이 2018학년도 수시·정시모집을 통해 선발하는 신입생은 34만9776명. 이중 약 16만명은 정시 지원 또는 수시 전형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등을 위해선 반드시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를 위해 수험생은 3만~4만원대 수능 응시료를 납부해야하는데, 정작 시험 전반에 대한 사업비는 응시료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수능 응시자는 60만명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작년과 비슷한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지난해 수입지출명세서를 살펴보면, 수능사업비 지출 예산은 약 385억원으로 이중 수능 응시자가 납부한 수수료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
정부가 특별교부금으로 지원하는 예산은 전체 운영비의 약 30%, 나머지 약 200억원은 응시자가 부담하는 구조다.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 중 재수 등 N수생의 비중은 20% 초반대, 이에 응시생 10명 중 7명가량은 고3 수험생으로 이들이 수입이 없는 미성년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학부모의 주머니에서 수능 사업비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시험 실시에 따라 투입되는 사업비에는 전국 시·도교육청 경비, 출제·검토위원 인건비 등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저소득층 수험생의 부담 경감을 위해 기초생활수급자, 법정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보호대상자 등은 수능 응시 수수료 자체를 면제하고 수시모집 최종합격 등으로 미응시한 수험생은 응시료의 60%를 환불하는 제도가 운영 중이다. 하지만 혜택을 강조할 뿐, 수험생·학부모에 의존하는 예산 집행은 명확히 안내하지 않고 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전체 선발인원의 절반 가까운 수험생이 수능으르 치르지만 정부는 입시 준비에 나선 이들에게는 사업비 집행을, 대학에는 재정 악화를 심화시키는 정책을 적용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전형료가 비싸다며 인하를 지시하자, 곧바로 대학들을 압박한 교육부는 '100대 국정과제'에 단계적 입학금 폐지 계획이 담기자 태스크포스(TF) 구성 논의 등 채비 준비에 돌입했다.
정부 부처는 대안 없이 대학 재정을 압박하면서,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평가원은 수험생·학부모의 주머니를 노리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A대학 관계자는 "정부가 부담해야 할 수능 응시료는 납부하라고 하면서, 대학을 압박하는 것은 무슨 의도로 접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한 학부모는 "수시 확대로 수능 응시 없이 입학이 가능한 전형도 있지만, 여전히 수능 의존도가 높은데 정부가 예산 집행을 소홀히 하는 거 같다. 현실에 맞춰 낮추던지 아예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9급 공무원시험 응시료(5천원)와 비교하면 수능 응시에 따른 비용 부담은 최대 9배가 넘는다.
이와 관련해 평가원은 부적절한 사용은 없다면서도, 정부 지원이 확대되지 않는다면 현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평가원 관계자는 "수능 예산은 380억원 내외로 구성되며 응시료 납부액, 특별교부금으로 이뤄진다. 응시료는 인상하지 않은 채 고정된 상태로 책정됐다. 부적절하게 쓰이는 것이 아닌, 수능 운영에 있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세히는 모르지만 교부금을 늘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에서 반응이 나와야 사업비 지원이 넓어질 거 같다"며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