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민간 전문가 낙점되면 정부 공적자금 관리 뒷짐 역풍 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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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여 만에 모인 수협은행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가 제3차 공모를 벌이기로 했다. 위원 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또다시 새 후보자를 찾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벌써 새 정부로부터 모종의 언질을 받고 낙하산 인사를 위한 요식행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Sh수협은행은 27일 행추위가 다시 열려 은행장 후보자를 재공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세 번째 공모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공모 기간은 28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다. 후보자 면접은 18일 진행할 예정이다. 기존 지원자도 다시 지원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3차 공모가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안에 행추위가 다시 열려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관측됐지만, 3차 공모는 추가로 소모적인 낙하산 인사 논란만 부추길 수 있어 실익이 없는 선택카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재공모를 거치면서 이미 지원 의사가 있는 후보군은 접수를 마쳤다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그동안 정부 측과 수협 측 추천위원이 서로 미는 후보자를 고수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일각에서는 제3의 새로운 후보자 물색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1조1581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상환을 위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희박했다.
3차 공모를 통해 유능한 민간 금융전문가가 추천되면 수협으로선 내부 출신 행장을 배출하지 못한 아쉬움은 남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손해 볼 게 없는 결과다.
반면 정부 측으로선 적잖은 혈세를 투입하고도 은행장과 감사 자리를 모두 수협은행과 민간에 내주는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셈이 된다.
문재인 정부가 친노동자 성향이고 새 정부의 근간이 적폐청산을 바라는 촛불 민심에 있는 만큼 정부 측 추천 위원이 대승적 견지에서 행장 자리를 포기했다 하더라도 낙하산 논란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재공모를 거치며 3배수로 압축한 후보군 중에서 기존의 지지를 철회하고 수협 측 손을 들어주거나 세 번째 후보를 선택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측 추천 위원들의 3차 공모 선택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재공모에 나섰거나 아니면 수협 측의 내부 출신 행장 배출 염원에 고춧가루를 뿌리기 위해 어깃장을 부린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다.
수협은행 노조도 이번 3차 공모 결정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수협은행 노조 관계자는 "일단 행추위 결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본 뒤 (낙하산 인사 등에 대해) 적절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