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기술신용대출 잔액, 4대은행 중 최소2~3분기 중 기술신용대출 잔액 5조나 감축‘밸류업’ 계획 따라 위험가중치 따진 영향금융지주 ‘밸류업’ 이면, 은행권 담보 의존증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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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이 담보를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금융에 가장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개 분기 동안 기술신용대출을 5조원 가까이 축소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가운데 유일하게 잔액이 30조원을 밑돌고 있다.KB금융그룹이 14%에 육박하는 높은 CET1(보통주자본) 비율과 연계한 업계 최고 수준의 주주환원을 약속하며 환하게 웃어 보이는 사이 자본비율에 악영향을 미칠 무담보 대출 고객에 대해선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다.18일 은행연합회 기술금융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국민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29조9651억원으로 집계됐다.이는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작은 규모로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42조1785억원, 하나은행 35조8278억원, 우리은행 34조3831억원을 기록했다.특히 국민은행이 국내 최대 규모의 원화대출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담보가 없는 기술신용대출에 유독 인색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국민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그룹 차원에서 추진되는 밸류업 계획에 따라 철저하게 대출자산의 위험가중치를 따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KB금융은 자본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KB금융의 CET1비율은 3분기 말 기준 13.85%로 신한금융 13.13%, 하나금융 13.17%, 우리금융 12%와 비교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비율을 유지하려면 RWA(위험가중자산) 증가율을 낮게 관리해야 한다. RWA가 급격히 늘면 CET1비율이 하락하는데, 담보가 없는 중소기업 신용대출은 위험가중치가 더 많이 반영돼 RWA를 더욱 높인다. 기술신용대출은 밸류업 이행을 위한 자본관리 관점에서 가장 해로운 대출인 셈이다.실제로 국민은행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이후 지난 2분기부터 기술신용대출 규모를 대폭 줄였다. 국민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분기 중 343억원 증가했지만 2분기와 3분기에는 각각 2조9834억원, 1조9531억원 감소했다.KB금융은 올해 연말 CET1 비율 13% 초과 자본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고, 내년에는 13.5% 초과 자본을 하반기 주주환원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실질적인 밸류업 계획은 이제 막 시작됐다는 점에서 국민은행의 담보‧우량 고객 중심 대출자산 관리는 앞으로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재관 KB금융그룹 CFO(재무담당 부사장)은 최근 3분기 경영실적 발표에서 “밸류업 패러다임에 맞춰 자산성장 목표를 정하고 핵심성과지표를 재설정하는 등 경영관리체계를 정비 중”이라고 말했다.자본시장에서 금융지주들의 밸류업 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담보를 중심으로 한 은행권의 대출 관행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4대 시중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분기 2조원 넘게 증가했지만 2분기 3조원 줄었고, 3분기에는 7조원이나 급감했다. 특히 올해 들어 매분기 기술신용대출을 늘렸던 신한은행마저 3분기에는 1조5000억원가량 잔액을 축소했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담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자금 융통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이 원장은 지난 7일 중소기업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최근 금융권 자금흐름을 보면서 손쉬운 가계대출과 부동산 금융은 확대되는 반면 기업에 대한 생산적 금융은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느끼고 있다”면서 “나아가 대출 중심으로 이루어진 중소기업금융의 실태를 보면 신용보다는 담보와 보증에 크게 의존하는 현상이 고착화돼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이 있는 중소기업이 자금을 공급받기 어려울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