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추위, 이동빈 전 우리은행 부행장 단독 추천… 24일 수협 주총 통과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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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넘게 끌어온 수협은행장 후보로 이동빈 전 우리은행 부행장이 추천됐다.
우리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높인 인물로 평가되는 만큼 공적자금을 갚아야 하는 수협은행으로선 외부 민간 전문가 영입에 성공한 셈이다.
반면 정부 측은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적잖은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행장과 감사 자리를 모두 수협에 내준 꼴이어서 혈세 상환 관리·감독에 손을 놓은 모양새다.
18일 Sh수협은행은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가 이날 제3차 공모 지원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벌여 이 전 부행장을 행장 최종 후보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이날 면접은 제3차 공모에서 새롭게 출사표를 던진 지원자 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애초 제3차 공모에는 수협은행 오비(OB) 3명을 포함 총 8명이 지원했지만, 관료 출신 지원자가 자진 사퇴하는 등 일부 후보가 제외됐다.
행추위는 "이 후보자가 35년간의 풍부한 은행 경험을 갖춘 여신관리·금융전문가로 출범 1주년을 맞는 수협은행의 경영 안정화와 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추천배경을 설명했다.
행추위가 선택한 이 전 부행장은 1960년생으로 강원도 평창 출신이다. 원주고와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우리은행 기업금융단 상무를 거쳤으며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여신지원본부장(부행장)을 지냈다. 현재 ㈜우리피앤에스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은행 내부에선 워커홀릭(일벌레)으로 정평이 나 있다. 평소 꼼꼼한 성격으로 직원들도 힘겨워했다는 후문이다.
이광구 은행장 취임 이후 은행 자산 건전성 확보 주문을 받고서 우리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우리은행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물론 유동성커버리지(NPL) 비율을 대폭 높인 장본인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선 앞으로 부실 규모 감축과 공적자금 상환 등 수협은행에 남겨진 숙제를 고려할 때 적임자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장 선임을 보면 60년대생 인물이 은행장에 오르고 있는 만큼 수협은행 자체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도 적합해 보인다"고 말했다.
수협은행은 19일 이사회를 열어 이 전 부행장 인선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수협은행장 확정은 오는 24일로 예정된 수협중앙회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은 "이번에는 마음을 비웠다. 꼭 내부출신이 아니어도 (행추위가) 우수한 전문가를 추천하면 수용할 생각"이라며 "(이 전 부행장은) 주위 평판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그동안 관료 출신 낙하산이 추천되면 이사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해왔지만, 민간은행 출신 전문가가 추천된 만큼 주총 통과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수협은행장 임기는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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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은행으로선 16년 만의 내부 출신 행장 배출에는 실패했지만, 6개월 남짓 만에 낙하산 관료가 아닌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게 돼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문제는 수협은행장 선출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 측의 대응이다. 당장 1조1581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수협은행에 대해 혈세 상환을 위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 측 행추위 추천위원들은 관료 출신 낙하산이라는 관성에 젖어 일각에서 상생 방안으로 제기했던 '내부 행장-외부 감사' 빅딜(맞교환) 카드를 무시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정부가 관료 낙하산을 위해 김 회장과 수협회장 연임 카드를 놓고 물밑에서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설까지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