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기계·전자는 '증가'… 철강은 회복세에도 줄어든 조선·건설 수요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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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활동에도 반년 이상 일자리를 못 구한 '장기 백수'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 중인 가운데 올해 상반기 일자리 전망이 녹록지 않으리라고 전망됐다.
업종별로 수요 전망이 엇갈리면서 일자리 전망도 희비 쌍곡선을 그렸다. 반도체 업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00명쯤 고용이 늘어나는 반면 조선 업종은 2만9000명분의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기계·조선·전자·섬유·철강·반도체·자동차·디스플레이 등 8개 주력 제조업과 건설·금융보험 등 10개 주요 업종에 대한 '올 상반기 일자리 전망'을 1일 발표했다.
반도체 등 6개 업종에서 일자리가 5만개 늘어나지만, 조선 등 4개 업종에서 3만6000개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왔다.
이번 전망치는 고용보험 피보험자 자료,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경제활동인구조사를 기준으로 삼아 제시됐다.
조선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 13만9000명보다 2만9000명(20.8%)분의 일자리가 줄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물동량 증가와 국제유가 상승, 국제 환경규제 시행 등으로 조선시황이 회복세에 진입했으나 아직 미약한 수준이고, 건조량도 평년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할 거로 봤다.
섬유 업종은 수출 단가 내림세 완화, 수출 물량 확대 등이 기대되나 섬유제품의 전반적인 생산 감소와 중국·미국·중동 시장의 자체 생산 확대, 자동화 설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고용이 감소할 거로 예상됐다. 올 상반기 고용 규모는 18만2000명쯤으로 예측됐다. 이는 지난해 18만7000명보다 2.6%(5000명) 줄어든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세계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3%대 깜짝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반도체 업종은 지난해 10만8000명보다 7000명쯤(6.5%) 상반기 일자리가 늘 것으로 예상됐다. 4차 산업혁명 가속화로 반도체 수요가 스마트폰·PC에서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분야로 확대하면서 삼성전자·SK 하이닉스의 시설 투자가 확대할 거로 전망됐다.
기계·전자 업종도 고용이 늘 것으로 보인다. 기계는 미국·중국의 수요 확대로 지난해 74만9000명보다 1.9%(1만4000명), 전자는 정보기술(IT) 산업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69만8000명보다 1.7%(1만2000명) 각각 고용이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나머지 철강·자동차·디스플레이·건설·금융보험 업종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철강은 중국 생산량 감축으로 산업 여건은 회복될 거로 예측됐다. 다만 조선·건설 등 국내 철강제품 수요가 시황 부진의 여파로 줄면서 고용 증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1만4000명보다 1000명(0.1%)분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자동차는 내수 판매 정체와 함께 세계 자동차 시장 성장률 둔화, 원화 강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 등으로 말미암아 수출도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고용 규모 40만명보다 0.1% 늘어난 1000명이 추가 고용되는 데 그칠 것으로 점쳐졌다.
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상반기 13만6000명보다 1000명(0.9%)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스마트폰·TV 수요 확대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수출이 지속할 거로 전망했으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공급 과잉으로 생산 회복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했다.
건설은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방침으로 수주 물량이 줄고 투자도 둔화할 것으로 보여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상반기 고용 규모 193만3000명과 비교해 0.3%(5000명)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금융보험은 국내 경제 회복세 둔화로 말미암아 성장 폭이 제한되면서 지난해 77만7000명보다 1.4%(1만1000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고용 한파가 길어지면서 반년 이상 구직활동을 했음에도 일자리를 얻지 못한 장기 백수가 역대 최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구직기간 6개월 이상 실업자는 14만7000명으로 2016년 13만3000명보다 1만4000명(10.5%) 늘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치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8만명), 2000년 외환위기(13만8000명) 때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전체 실업자 중 6개월 이상 실업자 비중도 14.3%를 기록, 최고였던 2000년(14.1%) 기록을 17년 만에 다시 썼다.
장기 백수가 늘어나는 것은 일자리 질이 악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란 견해도 있다. 대기업 일자리가 줄면서 원하는 직장을 찾지 못해 오랜 기간 구직활동을 하는 장기 실업자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