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유럽 터미널도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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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해운업을 재건하고자 원유 등 전략화물 적취율(국내 화주가 국적선사에 화물을 맡기는 비율)을 10%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해운업 매출액 5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해운업 몸집을 불리기 위해 앞으로 3년간 200척 이상의 고효율·친환경 선박 신조 발주도 지원한다.
정부는 5일 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15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확정했다.
정부는 해운산업을 둘러싼 조선·항만·수출입·금융 등의 공생적 산업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안정적 화물 확보 △저비용·고효율 선박 확충 △경영안정을 통해 해운산업을 재건하고 조선 수주를 확대하는 선순환 체계를 갖춘다는 목표다.
◇전략화물 적취율 10% 높이기
안정적 화물 확보를 위해선 석탄·천연가스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화물 적취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내 전략화물 적취율은 액체화물 28.1%, 마른 벌크화물 72.8%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선진국 중 국적선사의 전략화물 운송을 의무화하는 나라가 더러 있다"며 "전략화물 적취율이 10%만 올라도 국내 선사 경영개선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미국은 군용·공공화물을 자국 국적선사가 운송하게 화물 우선적취제도를 운영한다.
김 장관은 "우선 필수적인 물량만이라도 시작하고 민간화물도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국제 통상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범위에서 지원하고 국내 선사에는 경쟁 외항사보다 비싸지 않은 운송료를 요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장관은 "과거 정부에서도 적취율을 높이겠다고 했으나 거의 성과가 없었다"며 "(적취율을 높이기 위해) 공기업은 물론 필요하다면 대형 민간 화주 기업을 직접 쫓아다녀도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하는 공공화물 운송은 용역 수행능력과 재무건전성 등을 함께 보는 종합심사낙찰제로 전환해 경쟁력 있는 국적선사의 운송 기회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화주-선사 간 협력을 강화하고자 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선주협회가 참여하는 '해상수출입 경쟁력 강화 상생위원회'도 운영한다. 지난 2월 업무협약을 맺었다.
화주와 조선사가 선박 자금을 투자하는 1조원 규모 상생펀드도 조성한다.
협력 우수 선주-화주는 인증을 통해 통관이나 부두 이용 때 혜택을 줄 계획이다.
영업 구조상 장기운송계약을 맺기 어려운 컨테이너 화물은 장기계약 모델을 만들어 시범사업을 벌인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원자재 수입이 많은 일본은 자국 선사 적취율이 우리의 곱절은 된다"면서 "가스공사를 예로 들면 수입물량의 50%만 국내 선사가 운송한다. 당장 이익보다 어떤 선택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력을 튼튼하게 하는지 검토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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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200척 이상 신조 발주 지원
고효율·친환경 선박 확충은 오는 7월 설립하는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기존 선박 신조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추진한다.
앞으로 3년간 200척 이상 신조 발주를 지원한다. 현대상선의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20척 포함 컨테이너 60척, 벌크선 140척 이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해양진흥공사는 금융지원 기준을 따로 마련해 중소선사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지원 문턱을 낮춘다. 중고선박과 선박평형수 처리시설까지 지원대상을 확대한다.
올해 신설된 '친환경 선박 전환 지원사업'을 통해 2022년까지 외항화물선 50척 대체건조도 지원한다.
또한 유사시 국가가 최소한의 해상운송 능력을 확보할 수 있게 '국가필수 해운제도'를 도입한다. 공공선박을 통한 필수화물 운송과 필수항만 운영으로 경제안보의 안전망 구축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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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 확보로 비용 절감 지원
선사의 경영안정도 지원한다. 해수부 설명으로는 전체 해운기업의 40%가 부채비율 400%를 넘는 상황이다.
정부는 비용을 아낄 수 있게 터미널 확보를 지원할 예정이다. 선사와 해양진흥공사 등이 참여하는 한국 글로벌 터미널운영사(K-GTO)를 육성해 부산신항은 물론 아시아·유럽 등 외국 주요 항만 터미널을 확보한다.
대상 터미널은 국적선사 기항 여부, 물동량 증가율 등을 검토해 결정한다. 김 장관은 "이달부터 국내 항만을 시작으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자금난을 겪는 선사에는 선박을 사들인 후 다시 빌려주는 프로그램(S&LB)을 제공한다.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선사 재무상황을 점검하고 운임·환율 등 위험도 관리한다.
한국해운연합(KSP)을 통한 경영혁신도 추진한다. 출혈경쟁을 막기 위한 뱃길 구조조정, 유휴선복 교환, 신시장 개척 등 협력을 확대한다.
김 장관은 "한진해운 파산 후 한국 해운의 신뢰도가 떨어졌다. 해양진흥공사 설립은 정부가 책임을 지고 해운을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계획을 통해 2022년까지 해운업 매출액 5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