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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내륙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는 제19호 태풍 '솔릭'의 이동경로가 과거 막대한 피해를 냈던 태풍 '루사'의 진행경로와 비슷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기상청에 따르면 솔릭은 오는 22일 늦은 밤 제주도를 지나 23일 오전 9시께 전남 목포시 인근으로 상륙한 뒤 내륙을 통과해 24일 오전 3시께 함흥 동쪽 140㎞ 인근 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솔릭이 한반도를 통과한다면 2012년 9월 '산바' 이후 6년 만에 내륙을 관통하게 돼 피해가 예상된다. 솔릭은 21일 오전 4시 현재 중심기압 955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 40㎧(시속 144㎞), 강풍반경 370㎞의 중형 태풍이다.
정부는 솔릭이 과거 유사 경로로 이동한 태풍 사례를 볼 때 강풍 등으로 말미암은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2년 발생 시기와 진행경로가 비슷했던 태풍 루사(최대풍속 36㎧, 강풍반경 500㎞)의 경우 124명이 죽고 60명이 실종됐다. 이재민은 9만여명에 달했다. 농작물 23만9000㏊, 비닐하우스 1205㏊ 등이 강풍에 쓰러지면서 농작물 피해 복구비만 1조2699억원이 들었다. 전체 피해액은 5조2000억원쯤으로 집계됐다. 2012년 태풍 '볼라벤·덴빈'(최대풍속 41㎧, 강풍반경 500㎞)은 비닐하우스 1690㏊ 등이 피해를 봐 농작물 복구에만 6217억원이 투입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일 오후 5시 주의 단계인 '행안부 비상단계'를 발령했다. 하천범람과 침수, 산사태, 축대·옹벽 붕괴 등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 대해선 사전 예찰 활동을 강화하도록 했다. 사전에 배수로를 정비하고 배수펌프장이 즉시 가동될 수 있게 준비하는 한편 하천 둔치 주차장의 차량 침수를 막기 위해 차량을 통제하거나 이동을 안내하도록 했다.
해안지역은 주민과 관광객이 피해를 보지 않게 홍보와 통제 조치를 강화하고 강풍에 대비해 유리창에 안전필름 등을 보강하도록 안내했다. 저지대 침수에 대비해 건물 지하 등으로 물이 들어오지 않게 막는 차수판도 미리 비치하도록 했다.
농식품부도 이날 오후 5시30분 농촌진흥청, 농어촌공사, 농협중앙회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피해 대책 등을 점검했다. 이개호 장관은 "그동안 태풍이 없어 대응이 미흡할 수 있다"며 "피해예방을 위해 지나칠 정도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태풍 소멸 때까지 농업재해대책상황실을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농작물 침수와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 파손에 대비해 지방자치단체와 농어촌공사에 피해 예방 대책을 추진하도록 지시했다. 전국의 농업용 배수장 1181개소 가동 상황을 점검해 24시간 긴급가동할 수 있게 준비하도록 조치했다.
강풍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수확기에 이른 사과·배·복숭아 등은 조기 수확하고, 지주시설에 가지를 고정해 낙과 피해를 막도록 안내했다. 벼는 논두렁과 제방 등이 무너지지 않게 점검하고, 물이 잘 빠지도록 배수로 잡초를 제거하는 한편 쓰러짐 피해가 예상되는 논에는 물을 깊이 대도록 했다.
비닐하우스는 출입문과 환기창 등을 고정하고, 축사는 전기 안전점검을 벌여 누전 등으로 인한 화재를 예방하도록 조치했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는 흰잎마름병과 도열병, 벼멸구 등 병충해 발생이 우려되므로 적기 방제에 나서도록 안내했다.
농식품부는 피해지원 대책도 마련했다. 농작물 피해 복구를 위한 농약대와 대파대는 지난해 말 인상된 지원 단가를 적용할 계획이다. 농약대의 경우 과수류는 종전 ㏊당 63만원에서 176만원으로 지원 단가가 올랐다.
또한 피해율이 50% 이상이면 생계비와 고등학생 학자금을, 30% 이상이면 영농자금 상환연기와 이자감면 등을 지원한다.
피해농가가 원하면 재해대책경영자금도 지원한다. 지원 규모는 농가당 피해면적 경영비의 2배 수준으로 사과·배는 ㏊당 2400만원, 복숭아는 ㏊당 1700만원이다. 융자 기간은 1년으로 고정금리는 1.8%, 변동금리는 1.29%를 적용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가 피해를 입으면 신속한 손해평가를 통해 수확기 이전에 추정보험금의 50%를 미리 지급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21일 오후 6시부터 장관을 본부장으로 지방청과 어업관리단, 항만공사, 수협 등이 참여하는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한다.
태풍이 상륙 전 해양수산 시설에 먼저 영향을 미치므로 2단계로 나눠 신속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1단계(준비)로 태풍이 경계구역(북위 25도·대만 북단)에 진입하면 긴급대응반을 통해 실시간 태풍 정보와 비상연락체계 등을 살핀다. 항만·어항시설과 공사장, 어선·선박 피항 조치 등도 점검한다.
태풍이 비상구역(북위 28도·오키나와 북단)으로 진입하면 2단계(비상)로 비상대책반 또는 비상대책본부를 운영한다.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복구에 나선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해양수산 종사자는 태풍이 오기 전 선박·시설물에 대한 안전조치를 취해달라"며 "국민도 해수 범람에 따른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방파제 낚시 등 해양레저활동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