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확대로 흡수통합 가능성 작아"… "연구용역 진행중 영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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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지난 5일 코레일과 SR에 공문을 보내 14일까지 SRT의 기존선 신규 운행 방안을 검토해 답을 달라고 지시했다. 구체적으로 코레일에는 고속차량 임대, SR은 차량수급과 운영계획을 다각도로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애초 철도업계에선 강원 평창동계올림픽 특수가 끝나고 경강선(서울~강릉) 수요가 줄면 추가 투입했던 KTX 고속철을 재편성할 수밖에 없어 일부 열차를 SRT 전라선에 투입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SR이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고, 공공성 강화라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철학을 고려할 때 출범 초기부터 요구가 있었던 전라선 운영을 염두에 둘 만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정치권도 힘을 보탰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호남지역을 방문해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SRT에 전라선을 신설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레일과 SR 통합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SRT 전라선 신설은 흐지부지되는 분위기였다. 국토부는 올림픽이 끝나고 반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업계 일각에선 코레일이 SRT 서비스 확대를 꺼려 같은 당 출신인 오영식 코레일 사장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물밑 교감을 나눈다는 뜬소문도 돌았다. -
이번 검토 착수가 SR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인정하는 분위기를 대변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동안 코레일은 SRT가 알짜노선만 운행하는 데 비해 자신은 벽지노선 일반열차를 운영하고 있어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내왔다.
전라선은 경부·호남선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 국토부는 전라선에 국한하지 않고 기존선에 대해 SRT 투입을 여러모로 검토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SRT 서비스 확대를 통한 철도 공공성 강화를 이유로 코레일과의 완전흡수통합은 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경제부처 일각에서 과거 철도청 분위기로 돌아가면 정부 정책에 힘이 덜 실릴 거라고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세진다는 얘기가 들린다"면서 "고객 만족도가 높은 SR을 불과 몇 년 만에 없애는 것이 앞으로 총선 등에서 (여당에) 도움이 안 될 거라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통합 여부 논의에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는 의견도 적잖다. 관련 연구용역이 이미 진행 중이어서 SR에 대한 공공성 관련 평가가 이뤄져도 추가 반영은 어려울 거라는 견해다. 국토부가 뒤늦게 검토에 착수한 것도 시기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KTX 임대와 관련한 코레일의 셈법이 복잡한 데다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항도 아니어서 이번 검토가 결론을 내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KTX 임대는) 코레일이 이사회 등을 열어 결정해야 할 테고, 국토부도 막무가내로 코레일에 요구하기도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이라 고민이 많다. 한번 결정하면 되돌리기 어렵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