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00원대 맴돌아… 구두 개입도기름값 5주 연속 상승세… 유류세 환원분 시장 반영 탓전기료·교통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예고… 물가 상승 부담↑
  • ▲ 가스계량기. ⓒ뉴데일리DB
    ▲ 가스계량기. ⓒ뉴데일리DB
    트럼프 트레이드(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에 따른 자산 이동 현상)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겨우 잡은 물가가 계속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기에 공공요금을 동결해왔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요금 인상 카드를 하나둘 꺼내 들고 있어 물가에 대한 추가 압박이 우려된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현재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대 근처를 맴돌고 있다. 미 대선 이후 달러 매수세가 거세지면서 환율은 12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1403.5원을 기록, 2년 만에 처음으로 1400원을 넘었다. 

    환율이 종가 기준 1400원을 초과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2년 미국 금리 인상 당시 이후 네 번째다. 금융당국은 지난 14일 긴급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를 열어 환율 인상에 대해 구두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고환율과 함께 에너지 물가도 오름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10∼14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직전 주 대비 리터당 15.8원 상승한 1629.1원을 기록했다. 주간 평균 가격이 5주 연속 상승이다. 이는 국제 유가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류세 환원분이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앞서 국제 유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중동 위기가 촉발된 지난해 10월 이후 우상향 추세를 보인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글로벌 생산은 0.15%포인트(p)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0.4%p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억제해왔던 전기료와 교통요금 등 공공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물가 압력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한국전력은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린 가운데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도 고려 중이다. 한전은 5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부채를 감당하기 위함이다. 6월 말 기준 한전의 연결 총부채는 202조99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400억원 증가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주택용 전기요금도 원가를 밑돌고 있어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정부 당국과 물가, 석유·석탄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하철 요금을 300원 인상하기로 하고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150원씩 올렸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요금 인상 자제 요청에 따라 내년 초로 연기됐다.. 인천시는 도시철도 요금을 기존 1400원에서 1550원(10.7%)으로 150원 인상할 계획으로 이 내용은 인천시의회에 제출돼 의견 청취 절차를 거치고 있다.

    이외 일부 지자체는 각종 공공요금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강원도 춘천시는 내년부터 하수도 요금을 2년간 30% 인상하기로 했으며 원주(15%), 경기도 군포(15%), 경남 진주(11%) 등도 단계적으로 요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진주시는 상·하수도 요금을 다음달 고지분부터 4년간 연 9%씩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최근 안정세를 보였던 물가가 자극될 우려가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2개월 연속 1%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둔화세를 보였다. 그러나 환율 상승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수입 물가는 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원자잿값 인상으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이라는 대세적 요인이 해소되지 않으면 물가 상승 부담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