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태업으로 수도권 출근길 차질… "이용객들 불편"1년 2개월 만에 총파업 예고… "이용객 안전 소홀해질 우려"인력충원·임금상승 요구… 코레일은 전기값 인상에 만성적자
  •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준법투쟁(태업)에 들어간 18일 오전 서울역의 모습. ⓒ연합뉴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준법투쟁(태업)에 들어간 18일 오전 서울역의 모습. ⓒ연합뉴스
    민주노총 산하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연말을 앞두고 인력 충원, 성과급 정상지급 등을 요구하며 1년 2개월 만에 총파업을 예고했다. 그러나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연일 적자에 시달리며 인력감축 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민 발걸음을 볼모 삼는 모습에 '명분 없는 파업'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노동계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철도노조는 내달 초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18일부터 안전일터 지키기 조합원 행동(태업)에 나섰다. 노조 측은 '안전일터 지키기'란 작업 매뉴얼을 안전하게 지키며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상 태업으로 일부 전철의 열차 지연에 따른 국민들의 불편은 불가피하게 된다.

    실제로 이날 오전 7시 기준 운행에 차질이 빚어진 구간은 수도권전철 1호선과 3호선, 4호선,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등으로 총 39대의 열차가 예정 시각보다 5분~20분가량 지연돼 지하철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출근길에 차질이 빚어졌다. 

    문제는 내달 초부터 총파업이 본격 시행될 경우 연말을 앞두고 국민들의 발걸음에 피해가 극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4조 2교대 전환 △개통노선에 필요한 인력 등 부족인력 충원 △정부가 정한 그대로 기본급 2.5% 정액인상 △성과급 정상지급(231억 임금체불 해결) △공정한 승진제도 도입 △외주화 인력감축 중단 등을 요구하며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앞서 노조는 태업을 시작으로 지방본부별 기자회견, 21일 총파업 예고 기자회견, 25일부터 지구별 야간 총회를 거쳐 12월 초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코레일은 노조의 태업으로 인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들 태업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코레일은 지난해 44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대표적인 적자 공기업이다. 아울러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코레일은 작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1조2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작년 기준 코레일의 부채는 20조4000억원이 넘는다. 1년 이자만 3619억원에 달해 하루에 10억원을 이자로 내는 셈이다.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도 국내 전력 소비량 1위 공기업인 코레일에는 감당하기 힘든 부담으로 작용한다. 코레일은 작년 전기요금으로 전년(4272억원)보다 24%가량 증가한 5329억원을 썼다.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인상분(10.2%)이 반영되면 연말까지 당초보다 100억여원이 늘어 5814억원을 전기요금으로 지불하게 된다. 내년 사용요금은 600억원이 증가한 6375억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코레일의 대규모 적자 폭이 급증해 경영 상태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도 노조는 자구 노력은커녕 무리한 요구를 내걸고 파업을 벌이는 모습이다. 특히 이런 파업은 국민 발걸음과 화물 운송 차질 등 단순 불편을 넘어 국민 안전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 교수는 "안전을 외치는 철도노조의 파업도 결국 임금 인상으로 귀착되며 이용객들은 매번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도 "안전 인력이 업무에서 배제되는 것은 중대 범죄인 만큼 업무 미투입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파업에 돌입할 경우 안전이 소홀해지는 간접적 여파가 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파업에 따른 경제적 피해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작년 9월에도 노조는 수서행 KTX 운행, 4조 2교대 시행,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당시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철도노조 파업으로 인한 닷새간 발생한 손해는 총 94억2000만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구체적으로 열차 미운영 등에 다른 직접 피해액이 89억7000만원, 군 등 외부 인력 대체 비용이 4억5000만원에 달했다.

    이에 노조의 파업 명분과 정당성이 약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의견도 개진된다. 강경우 교수는 "경기가 악화되다 보니 누적되는 적자 아래서 경영 합리화를 위해서는 인원을 감축하거나 임금 인상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공기업 운영의 책임은 결국 정부에 있는 만큼 정부가 강력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