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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산업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완성차들의 실적이 올해 들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요 둔화, 원달러 환율 하락과 신흥국 통화 가치 약세 등의 경영환경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인건비 상승과 생산성 및 품질경쟁력 저하, 리콜 등에 따른 일시적 비용, 정부의 규제와 미흡한 정책적 뒷받침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부과 가능성도 남아 있어 불안감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에 뉴데일리경제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와 무엇이 문제인지를 짚어보고, 위기 극복을 위한 타개책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완성차들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무엇보다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점에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국내 업계 맏형인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6% 급감한 2889억원에 그쳤다. 기아차는 전년 대비 5300억원 증가한 117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지만, 지난해 3분기에 반영된 통상임금 1조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3200억원이 감소한 셈이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 영업이익률은 각각 1.2%, 0.8%에 불과해 수익성 악화가 심각하다.
한국지엠은 R&D 법인 분리로 노사갈등이 격해지면서 철수설 재점화 논란 등 경영정상화가 점차 묘연해지고 있다. 쌍용차는 3분기에 적자폭이 확대됐고, 르노삼성도 신차 부재를 비롯해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이 내년 8월에 끝나 후속 물량 배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총체적으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현재가 암울하다.
전문가들은 본질적으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력 저하가 이 같은 위기를 자초했다고 분석했다. 대외적인 경영환경 악화보다는 내부적인 문제점이 더 결정적이라는 것.
구체적으로는 ▲뒤쳐진 기술개발 ▲ 못따라간 SUV 트렌드 ▲높은 인건비 등 낮은 생산성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등이 복합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품질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판매가 감소했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판관비를 늘린 것이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쉽게 말해 경쟁력 있는 차종을 개발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범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실적 감소는 자동차가 안 팔리고, 비용이 더 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즉, 판매 감소는 국내외에서 경쟁력 있는 모델이 없다는 반증이다. 특히 글로벌 추세인 SUV 트렌드를 놓쳤고, 중국의 사드 보복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코나의 경우 미국에서 반응이 좋은 소형 SUV이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는 SUV 차종, 구체적으로는 소형 SUV 공략이 경쟁사에 비해 늦춰진 것이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용 증가는 높은 인건비와 리콜 및 품질관리비용 발생 등으로 지출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정부의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기업들의 투자 위축을 부추기고 있다”며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정부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패스트 팔로우가 아닌 퍼스트 무버가 되도록 규제를 완화해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1고3저'의 늪에 빠졌다는 설명이다. '고비용·저생산·저효율·저수익' 구조로 최근의 위기는 이미 예견됐다는 것.
무엇보다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으로 무역확장법 232조가 발동될 경우 25% 관세 폭탄이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
김 교수는 “고급차종이 많은 BMW처럼 영업이익률이 10% 정도 나오기는 힘들어도, 7% 수준은 유지돼야 한다”며 “영업익이률이 3%도 안되면 적자 구조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영업이익률 회복을 위해서는 고객들 입맛에 맞는 다양한 차종과 고급차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의 이같은 위기가 최저점이 아니라 더 바닥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김범준 책임연구원은 “올 4분기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게 더 힘든 시기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의 관세 폭탄과 미중 무역전쟁 심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수요 둔화 등으로 내년에도 부진을 면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필수 교수도 “현재 위기가 국내 자동차 산업의 바닥이 아니다”며 “빠른 시기에 반등할 가능성이 낮아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비관적 시각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