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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사 간 내년부터 임금피크제(이하 임피제) 시행 연령을 1년 연장키로 합의하면서 은행권 노사 간 임피제 도입 연령 등을 놓고 신경전이 한창이다.
그러나 합의문에 "각 지부별 노사합의를 통해 달리정할 수 있다"는 문구 때문에 은행 노사 간 임피제 적용 연령에서부터 혼선을 겪고 있다.
금융노조는 올해 은행들이 임피제 관련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더라도 내년부터 적용연령 1년이 자동 연장된다고 못 박았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중순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이번 주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임피제 등 임금단체협상 논의를 개시했다.
이들 4대 시중은행의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은 현재 만 55세로 농협ㆍ기업은행(만 57세)보다 2년이나 이르다. SC제일은행과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도 만 56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
쟁점은 임피제 적용연령과 지급률이다.
지난 9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임피제와 관련해 "임피제 실시 기관은 임피제 진입 시점을 현행보다 1년 연장한다. 다만 지부노사 합의로 달리정할 수 있다"고 합의를 맺었다.
이 문구로 인해 일부 은행들은 자율적 협상으로 연장 여부가 바뀔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노조 관계자는 "합의문을 보면 노사 합의에 따라 1년 연장을 안해도 된다고 해석할 수 있어 노사협상시 혼선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권 금융노조위원장은 "지부노사 합의로 달리정할 수 있다는 것은 임피제 진입시점을 1년 연장하는 것을 기본으로 그 이상도 할 수 있다는 의미지 연장을 안하거나 1년 미만으로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며 "이 합의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임피제 진입시점이 자동적으로 현행보다 1년 늦춰진다"고 일축했다.
또 다른 쟁점은 은퇴가 가까워진 시니어 직원들과 후배 직원들 간 승진 등 인력 적체 문제다.
내년부터 도입될 임피제 진입 연령 연장의 첫번째 대상자는 1964년생이다. 이들은 내년 만 55세로 임피제 연장에 따라 2020년부터 임피제를 적용받게 될 예정이다.
그러나 일부 은행들은 이미 1964년생 직원들을 포함해 1963년생들도 후선업무로 배치했다.
후선업무로 배치되면 월급이 직전 받던 것보다 대폭(약 40%) 깎이게 된다. 이로 인해 퇴직금이 줄면서 임피제 대신 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임피제는 연장되지만 임피제 도입 전부터 후선업무에 배치돼 천덕꾸러기 신세를 겪고, 퇴직금마저 깎이게 되느니 대부분 퇴직을 선택할 것"이라며 "시니어들이 임피제 연장효과를 볼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임피제 진입 연령을 1년 늦춰 책임자급이 많아지면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심해지고 아래 직원들의 승진 적체도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임피제 진입 연장으로 인해 달라지는 임피제 지급률도 노사 간 힘겨루기 대상이다.
신한은행은 현재 간부급과 4급 이하 직원에 대해 차등 책정된 지급률을 임피제가 시행되는 4년간 동일하게 80%, 70%, 60%, 50%로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4급 이하 직원들은 임피제 지급률이 총 10% 인상되는 셈이다.
임피제 연장을 놓고 각 은행별 상황과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차가 커 연말까지 노사 간 협상을 마무리 짓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