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담아 나오면 결제 과정 없이 쇼핑 끝… 샌프란시스코 명물 자리잡아IT 메카서 '합격점'… '창고-진열' 직원 등 완전 '무인' 시스템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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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엔 새로운 명물이 자리잡았다. 겉으로 보기엔 다른 슈퍼마켓이나 편의점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미국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Amazon)'이 '무인(無人)'으로 운영하는 편의점 '아마존 고(Amazon Go)'는 이미 그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상이다.점심시간을 약간 지난 시간에 찾아간 아마존 고는 다른 편의점들과 달리 조용했다. 편의점에서 흔히 들리는 점원의 인사말도 없었고 '삑' 하고 계산을 하기 위해 바코드를 찍는 소리도 없이 적막이 흘렀다. 물론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늘어선 사람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이런 풍경은 여느 편의점에서는 볼 수 없는 아마존 고만의 모습이다. IT업계에 종사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시민들은 아마존 고에 도착해 조용히 스마트폰에서 아마존 고 어플리케이션(앱)을 켜고 첫 화면에 나오는 QR코드를 지하철 개찰구와 같은 입구에 찍으면 된다. 앱의 QR코드 아래는 조그맣게 '헬로(Hello)'라는 인사와 고객의 이름이 찍힌다. 아마존 고에서 유일하게 받을 수 있는 인사다.앱을 켜고 QR코드를 인식하는 게이트 앞에 유일하게 서있는 직원을 만나볼 수 있다. 아마존의 상징인 오렌지색 티셔츠를 입고 있는 그는 게이트 앞에서 처음 아마존 고를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앱 사용법을 안내하고 QR코드를 게이트에 인식시키는 방법을 설명한다. 아직 도입 초기인 아마존 고를 홍보하고 전체적인 매장 설명을 하기도 하는 등 복합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실제로 아무 사전 지식 없이 호기심에 매장에 발을 들였다가 안내 직원의 말에 따라 앱을 깔고 결제 수단을 등록하는 이들도 여럿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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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고 앱은 아마존 계정에 등록된 신용카드 등과 같은 결제 수단도 함께 등록해야 사용이 가능하다. 기존에 아마존 계정에 결제 수단을 등록하지 않았다면 아마존 고 앱에서 바로 등록이 가능하다. 추후 이 결제 수단으로 자동 결재되는 시스템이다.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게이트를 넘으면 깔끔하게 진열된 상품들이 고객들을 맞이한다. 매장 크기는 우리나라 보통 편의점 크기와 매우 비슷한 수준으로 크지 않다. 오히려 슈퍼마켓보다는 훨씬 작은 수준이고 진열된 물건 수도 별로 많지 않다.판매하고 있는 상품들은 대부분 아마존 자체 PB(Private Brand)를 달고 있는 것들이라 통일성도 느껴진다. 감자칩이나 초코렛 등 일부 제품의 경우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유명 브랜드 제품을 함께 팔고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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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고 상품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샐러드볼, 과일 등 간편식 제품이 많다는 점이다. 이 같은 간편식 제품이 아마존 고의 메인 상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곁들여 먹을 음료와 쥬스, 우유 등이 간편식과 함께 메인 코너에 자리잡고 있고 간식거리로 삼을 만한 과자와 초코렛, 사탕 등도 다수 찾아볼 수 있다.샌프란시스코의 새로운 명물로 떠오른만큼 체험을 위해 이 곳을 방문한 이들을 위해 아마존 고 로고가 박힌 컵이나 기념품들을 파는 진열대도 따로 마련해놓고 있다. 가격대도 합리적인 편이여서 방문객들은 판매하고 있는 상품을 사기보단 기념품 코너를 둘러보는 경우가 더 많았다.'무인' 편의점이 아마존 고의 정체성이지만 막상 매장 안에 들어가보니 의외로 많은 직원들을 마주칠 수 있다는 점도 놀라운 대목이었다. 매장 안 쪽에 위치한 창고에서 진열할 상품들을 부지런히 꺼내 진열대에 정리하는 직원들이 2~3명 가량은 꾸준히 모습을 보였다. 무인 편의점이라고는 하지만 입구에서 입장을 관리하는 직원과 창고 담당, 진열 담당 직원까지 매장 당 적어도 3~4명의 직원들은 일을 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아마존 고가 보편화되지 않았다는 점도 일부 영향을 준 것 같았지만 완전한 무인 매장을 운영하는 것 또한 사실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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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고의 하이라이트는 결재 과정 없이 바로 매장을 떠나는 순간이다. 매장에 입장할 때와 마찬가지의 게이트에 출구 전용 통로가 있다. 구매한 물건은 손에 들어도 되고 쇼핑백에 넣거나 본인이 가져온 가방에 넣어도 게이트를 나서면 알아서 인식해 계산한다. 심지어 점퍼의 안주머니에 상품을 넣고 나가도 알아서 계산된다.출구를 나서 매장 밖으로 나가면 몇 분 지나지 않아 결제 메시지가 도착한다. 내가 가지고 나온 상품명과 가격이 정확하게 표시된 영수증이 자동으로 나의 아마존 고 앱에 저장되고 이메일로도 발송된다. 쇼핑을 마친 뒤에도 긴 계산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거나 일일이 할인카드를 꺼내들어야했던 번거로운 결제 절차를 완전히 없앴다는 점에서만은 아마존의 기술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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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식 중심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아마존 고 매장의 특성 상 매장 한 켠에는 여기서 산 간편식을 그 자리에서 먹고 갈 수 있는 카페테리아도 마련돼있다. 우리나라에서 유행인 '혼밥' 문화를 즐기는 샌프란시스코 직장인들이 간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게 창 밖을 보며 앉을 수 있는 1인석이 10좌석 가량 준비돼있었다. 자리와 함께 기본적인 일회용품이나 휴지, 쓰레기통 등이 마련돼 웬만한 패스트푸드점보다 쾌적한 환경이었다.아마존은 지난 2016년 미국 시애틀에서 첫 아마존 고 매장을 선보인 이후 시카고와 이곳 샌프란시스코 등 현재까지 미국 4개 지역에 진출했다. 이 같은 시범 운영에 이어 오는 2021년까지 매장을 3000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도 최근 밝히며 아마존표 유통 혁신을 또 한번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주유소 사업에 뛰어들어 주유소를 물류의 거점으로 삼고 아마존 고도 설치하는 등 온라인 외에 오프라인 유통업에 적극 뛰어들 채비에 나섰다.아마존의 이 같은 유통 혁신의 중심에는 알아서 상품의 바코드를 찍어내는 첨단 IT 기술이 있다. 더불어 스마트폰과 앱, QR코드 등을 시작으로 모바일 기술과 접목한 부분이 아마존 고의 밑거름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아직까지 완전한 무인 시스템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전체 매장을 관리하는 한 두명의 직원만으로도 대형 마트까지 운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엿볼 수 있어 'IT와 접목한 미래형 유통'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