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은행들이 디지털을 강조하고 있지만, 주주총회만큼은 디지털 전환을 주저하고 있다.
27일 신한금융, KB금융을 비롯해 우리은행까지 대형 금융회사들이 주주총회를 열었지만, 전자투표를 도입한 곳은 없었다.
전자투표는 주총 참석이 어려운 주주를 위해 외부에서 주요 안건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지금도 주총 참석이 어려운 주주의 경우 위임장을 통해 대리 출석할 수 있거나 우편 발송으로 미리 안건에 대해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번거로워서 대부분 기관투자자나 해외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소액주주 입장에선 주주 권리를 행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보니 결국 주총장은 ‘그들만의 잔치’로 마무리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KB금융 주총장에선 한 주주가 전자투표 도입 여부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대해 KB금융 측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며 “상황을 봐서 필요하면 설명을 드리고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 주주는 “사외이사들이 회의 때마다 의견에 대해 검토 적극적으로 한다고 하는데 반대 의견 제시안이 없다. 공시 보면 다 가결이다. 무슨 의미가 있는가, 설명해 달라”고 되물었다.
우리은행 주총장에선 고령의 주주들 모습이 많이 보였다. 매년 주총장을 찾아 경영진에게 수고했다며 덕담을 건네주던 한 주주는 오늘 주총장에선 보이지 않았다.
이밖에도 우리은행 일부 소액주주들은 낮은 배당에 대한 불만으로 반대 의견을 전달했지만, 현장에선 자화자찬 일색이었다.
전자투표 대신 다른 곳에 더 신경을 쓰는 경우도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재일교포 주주를 위해 일본어로 된 재무제표 책자, 주총 안내서 등을 따로 제작해 배포했다.
또 동시통역사를 배치해 재일교포 주주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일부 주주 사이에선 딱딱한 분위기 속 회의 진행 방식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주주는 “소액주주 입장에선 주주총회가 생일날과 같다. 지난해 성과에 대해 축하하고 이익을 나누는 자리인데 너무 속전속결로 끝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은행 주총은 20분 만에 모든 안건이 통과됐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약 1시간 정도 진행됐는데 임직원들의 인사가 길었던 탓이다.
속전속결로 끝난 탓에 우리은행 고령의 주주는 올해 배당으로 얼마를 받는지 되묻곤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