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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가습기 메이트' 사용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이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내용의 계약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제조원인 SK케미칼과 판매원인 애경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 책임 주체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이번 계약 내용에 따라 책임 주체가 SK로 기울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애경산업과 2001년 5월 가습기 살균제 물품 공급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듬해 10월 제조물책임(PL·Product Liability)과 관련한 추가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가습기 메이트 라벨에는 '애경'이 붙어있지만 , 애경산업은 판매만을 맡았고 원료물질인 CMIT·MIT 생산과 제품 제조 모두 SK케미칼이 맡았다. 애경산업은 가습기메이트의 제품 제조에 있어서도 SK케미칼로부터 매수하여 판매했으며, 해당 제품의 생산에 있어 개입하지 않았다.
두 회사의 제조물 책임계약을 살펴보면 SK케미칼이 제공한 상품의 원액 결함으로 제3자의 생명과 신체 등에 손해가 발생하면, 이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손해를 배상한다고 명시돼 있을 뿐 아니라 SK케미칼의 책임과 비용으로 애경을 방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애경산업에서 제조에 개입했다면 SK케미칼에서 사고발생시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되는 계약을 체결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무엇보다 2002년 당시 SK케미칼은 항균제를 직접 생산하고 국내 및 수출까지 진행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가습기메이트는 애경산업과의 계약 당시 개발된 신제품이 아니며, 1994년 SK의 전신인 유공에서 개발해 1994년 출시돼 2002년까지 약 8년간 이미 판매를 진행하고 있던 제품이기도 했다. 계약을 통해 SK케미칼은 가습기메이트의 제품 안전성을 보장한 점도 한 몫한다. 이 같은 2002년 당시 당사는 SK케미칼의 전문성, 판매 히스토리, PL계약 등을 감안하여 당사 입장에서 안전에 대한 증빙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계약서에서는 양사간의 체결된 제조물책임계약 가운데 '갑이 제공한 상품 원액의 결함으로 인해 제3자의 생명, 신체, 재산에 ~'라고 게재됐다. 제조물책임계약의 대상의 부분으로서 상품 원액으로 정의돼 있다. 상품은 통상적으로 화합물인 ‘원액’, ‘용기’로 구성되며, 상품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원액’, ‘용기’에 ‘포장재’ 까지 구성물로 포함될 수 있다.
상품 원액은 제품의 액물인 ‘원액 자체’ 또는 ‘해당 제품의 사용법에 의해 희석 사용하였을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통상적인 제품의 사용시를 의미한다. 즉, 통상적으로 해석되는 제품 액물의 안전성을 의미한다. 상품 원액이 아닌 계약서에 ‘상품’으로 표기하였을 경우에는, 용기, 포장재까지 포괄적으로 포함될 수 있으므로 갑의 책임 범위가 매우 커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낙하물에 의한 인체 충격, 용기에 의한 피부 파손 등 수많은 용도 외 부분에 대해 배상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일반적 제품 사용의 안전성을 의미하는 ‘상품 원액’으로 기재가 진행된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안 전 대표와 애경산업 임원을 지낸 이모·김모·진모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지난 26일 안 전 대표 등 애경산업 관계자 4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검찰의 손을 들어줄 경우 유통업계는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가습기메이트를 두고 책임공방이 치열하면서 검찰까지 나서고 있다"면서도 "안전성 실험여부 등의 사안으로 판매사였던 애경산업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모든 제품에 대해 피해가 발생할 시 판매처인 유통업체에도 책임을 물어야하는 사례로 남게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