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신약으로 인한 환자접근성 저하?… 신약 가치 적정성과 조화 필요정부 규제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신약 개발 의지 꺾지 말아야
  • ▲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 코리아 2019' 개회식에서 축사를 진행했다. ⓒ이기륭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 코리아 2019' 개회식에서 축사를 진행했다. ⓒ이기륭 기자

    지난 18일 본지의 취재수첩을 보고 총리실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건강 불평등'에 대해 언급한 것에 대한 해명이었지만,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말로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몰이해만 여실히 드러냈다.

    총리실에서는 이낙연 총리의 '건강 불평등' 발언은 기술 발전으로 인해 고가 의약품이 발생할 경우 환자 접근성 측면에서 장벽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발전으로 건강권을 확대하는 측면이 크지만, 환자 접근성에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신경을 쓰겠다는 취지였다는 설명이다.

    총리실의 해명을 들어도 여전히 의아할 따름이다. 오히려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해 이낙연 총리가 잘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만 깊어졌다. 고가 신약의 사례를 든 것만 해도 그렇다.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은 조 단위에 이른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승인 후 발생하는 추가 연구비, 투자에 따른 기회비용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10여년간을 연구했는데도 신약 개발에 실패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개발되는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은 합성의약품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뛰어나지만, 제품 특성상 고가일 수밖에 없다. 바이오의약품을 개발, 제조하는 것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이 떨어진다고만은 볼 수 없다. 기존에 없었던 치료제가 새로 개발됨으로써 희귀·난치성 질환자에게 치료 기회가 확대되는 점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신약은 질환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줄이고, 수술에 따른 의료비·사회적 비용 절감 등에 기여한다.

    환자 접근성과 함께 신약의 가치 반영이 적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어렵게 개발에 성공한 신약에 대한 가치를 폄하한다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거액의 개발비용을 투자할 유인을 잃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신약 개발에 성공한 제약·바이오 기업에 특허 독점권을 부여해 10년 이상 이익을 누리게 하고 있다.

    더구나 제약·바이오 산업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생물, 미생물, 화학 등 기초과학과 약학, 의학 등 융·복합 산업의 특성에 따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제약 산업은 지난 2010년 이후 전 산업 평균보다 2배나 높은 고용증가율과 청년고용율을 기록했다. 정규직 비중은 무려 95%에 달한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매우 높고, 정부의 규제가 심하다는 특성이 있다. 고수익이지만 고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에 따라 신약 개발 의지가 쉽게 꺾일 수도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가 줄기차게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배경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R&D 투자 규모는 지난 2006년 3500억원에서 2017년 1조 3200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5%에서 9%로 뛰었다.

    신약 개발은 향후 한국을 이끌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이 같은 제약·바이오 업계의 신약 개발 노력에 보탬이 되진 못할망정, 찬물을 끼얹진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