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속내는 "5G 시장 중국에 내줄 수 없다"美 상무부, 韓 외교부에 LG유플러스 지목 소식 전해져美 VS 中 무역갈등… 5G '선도국' 커녕 '후진국' 퇴보 우려도
  •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는 마약 세력과 미국 마약단속국(DEA)간의 치열한 대결을 그린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드라마는 인물들간의 심리묘사와 촘촘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외전에 속하는 시즌 4에서는 멕시코 카르텔 이야기를 다루면서 '미국의 힘'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카르텔이 미국 마약단속국 요원을 죽이면서 본격적인 미국의 '피의 보복'이 시작된 것. 멕시코 정부조차도 건드리지 못하던 카르텔이 미국 정부의 개입으로 빠르게 몰락하게 되면서 "미국인은 건드리지 말자"라는 절대 원칙이 그때부터 생겨났다고 한다.

    드라마 속에서만 벌어지는 미국의 보복이 현실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서 촉발된 글로벌 무역전쟁이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ICT) 전쟁까지 확전되고 있다.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가 대표적인 예다.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 위협을 근거로 화웨이 통신장비를 제한한다고 발표했지만, 그 이면에는 차세대 기술인 5세대 이동통신(5G) 시장을 중국에게 내줄 수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전세계 통신장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화웨이로서는 미국의 이 같은 제제가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보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영국과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까지 '화웨이 보이콧'에 동참해달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미국의 '뒤끝?'을 아는 영국와 일본 업체들은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했으며 대만의 이동통신사도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일본의 한 매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통신사 KT도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기도 했다. 미국 상무부가 LG유플러스를 지목해 "한국 내 민감한 지역에서 서비스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외교부에 요청한 사실도 전해지고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5G 장비 중 화웨이 비중이 30% 가량이나 된다. 

    미국의 '중국 옥죄기'에 우리나라 정부는 난감한 모양새다. 미국과 같은 편에 설 경우 중국의 '경제 보복'이 진행될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나라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보복으로 쓰디쓴 맛을 본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영화, 게임, 음악 등 중국에 문화 컨텐츠를 제공하는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실적이 반토막 이상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국내 게임사만 놓고봐도 2년이 넘게 중국 내 현지 게임 서비스 허가권인 '판호(版號)'를 발급받지 못하고 있다. 한중 관계가 올해 들어 힘겹게 해빙무드에 들어선 이 시점에 중국을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올해 4월 우리나라는 '5G 세계 첫 상용화'를 통해 '5G 선도국'이라는 타이틀을 따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에 5G 선도국은 커녕 5G 후진국으로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서울·수도권·강원도 지역에서 화웨이 통신장비로 5G 기지국을 구축하고 있는 LG유플러스로서는 화웨이 이슈에 따라 장비 조달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LG유플러스를 제외하더라도 현대자동차, CJ 등 국내 100곳 이상의 기업·기관들이 화웨이와 직간접적인 거래를 하고 있어 후폭풍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미국편을 들지 중국편을 들지 우리나라 정부로서는 셈법이 복잡하다. 다만, 눈치만 보다가 둘다 놓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마냥 못담글 수는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