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노사 합의 이뤄내…보상휴가 기부 개념수출입銀·기술보증기금·기업銀 이어 동참금융공공기관 중심으로 민간까지 확산 조짐
  • ▲ 신용보증기금 본점 전경. ⓒ신용보증기금
    ▲ 신용보증기금 본점 전경. ⓒ신용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이 아픈 동료에게 자발적으로 휴가를 나눠주는 '휴가나눔제'를 시행한다. 

    수출입은행, 기술보증기금, 기업은행에 이어 신보까지 휴가나눔제에 동참하면서 다른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까지 확산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신용보증기금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신용보증기금지부는 2일 휴가나눔제 도입에 전격 합의했다. 

    노사는 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내부 규정 개정 등 법적인 검토를 마무리한 후 4분기 내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휴가나눔제는 질병, 상해, 장애 등으로 휴가가 필요한 직원에게 야근 등 시간 외 근무 시 주어지는 보상휴가를 기부할 수 있는 제도다. 

    병으로 인한 휴직 기한이 만료돼 치료를 지속하지 못하고 업무에 복귀해야 하는 동료에게 장기간 치료를 보장함으로써 직원들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게 핵심이다. 

    신보는 총액인건비제도 탓에 시간 외 근무를 할 경우 수당이 아닌 보상휴가를 받는다. 근무시간이 초과하면 휴가 횟수가 그만큼 늘어나지만 쓸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인 만큼 이를 역이용함으로써 휴가가 절실한 직원에게 기부하도록 했다. 단, 연차휴가는 해당하지 않는다.

    신보 관계자는 "직원들의 건강을 위한 일이므로 노사 간 이견 없이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며 "내부적으로 힘을 합쳐 휴식이 더 필요한 직원에게 휴가를 기부하는 일인 만큼 상징적인 의미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휴가나눔제는 지난 4월 수출입은행을 시작으로 기술보증기금과 기업은행까지 속속 도입한 상태다.

    기업은행은 인병휴직 기간이 종료돼 이달 복직하는 직원들에게 처음 제도를 적용할 예정이며, 기보는 내달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이처럼 국책금융기관 중심으로 휴가나눔제가 확산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 당시 공공기관 노동자의 복지를 대폭 축소한 영향이 크다.

    당시 공공기관의 복지제도가 국가공무원 수준으로 축소되면서 업무상 인병휴직 기간은 '요양기간'에서 '3년 이내'로, 비업무상은 '최대 3년'에서 '2년 이내'로 축소됐다.

    실제 기업은행의 경우 2012~2014년 재직 중 사망자는 7명이었으나 복지 축소 이후 2015~2018년에는 사망자가 25명으로 급증했다. 

    휴가나눔제는 2015년 12월 '한국판 마티법'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선진국보다 연차 사용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국내 현실에 가로막혀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보상휴가가 증가하고 있어 휴가나눔제가 복지제도의 한 축으로 떠오를 것"이라며 "공공기관 중심으로 제도가 도입되는 만큼 민간까지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