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글로벌 e스포츠 시장 '1조'… 2022년 '2조' 전망북미, 중국 등 경쟁국 점유율 '절반'… 한국 13% 그쳐인프라 부족, 게임 인식 격차 등 성장 걸림돌 해결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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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현재 e스포츠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정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e스포츠 '종주국'도 옛말이 된 지 오래로 글로벌 경쟁력과 위상 제고를 위해 민관의 협력이 절실한 때입니다"수년간 침체기를 겪고 있는 국내 e스포츠 시장을 두고 자칫 미래성장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게임업계 전반에 감돌고 있다.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미래형 스포츠'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부족한 인프라를 비롯해 선수 육성 시스템의 부재,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 산적한 과제로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게임 전문 시장 조사기관 뉴주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는 약 1조원으로 전년 대비 38%가량 증가했다. 올해 역시 1조2000억원의 시장 규모가 예상되며 오는 2022년에는 2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국내 시장 역시 2014년 600억원에서 2017년 97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2000년대 초 e스포츠 종주국으로 자리매김한 것과 달리 후발주자인 북미·중국에 주도권을 넘겨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북미와 중국의 e스포츠 시장 점유율은 각각 38%, 18%로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의 점유율은 2016년 16.8%에서 2017년 13.1%로 성장 둔화를 겪고 있다.관련업계에선 정부와 지자체의 e스포츠 관련 미흡한 인프라 투자를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지난해 정부가 e스포츠에 지원한 예산은 25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미, 유럽, 중국 등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용 경기장을 조성하고 체계화된 선수 육성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고 있지만 국내에선 선수들의 독자적 역량에만 의존해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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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삼하 서강대학교 교수는 "e스포츠는 전통 스포츠를 위협하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을 이끌 수 있는 힘이 있다"면서도 "국내 e스포츠는 아마추어가 없고 프로만 있는 기형적인 구조로 제도권 안에서 선수 육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체계화된 교육 시스템도 없어 이런 구조로는 한국 선수들이 글로벌 시장을 얼마나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설명했다.전용 경기장이 부족한 점도 주된 문제로 꼽힌다. 현재 국내 대형 e스포츠 경기장으로 지목되는 곳은 OGN e스포츠 스타디움(마포구), LOL Park(종로구), 넥슨 아레나(서초구) 등 3곳으로 모두 서울 지역에 집중 분포해 있다.이에 경기장 확충 및 접근성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와 내년 각각 66억원, 2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부산, 광주, 대전 지역에 e스포츠 경기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다만 90억원의 예산으로는 전용 경기장 3곳을 설립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e스포츠업계 관계자는 "서울 외 지역인 점을 고려해도 300석 이상의 경기장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장비와 인테리어 비용 등을 포함해 최소 5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지난해보다 예산이 증가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e스포츠 생태계를 활성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게임에 대해 곱지 않은 사회적 인식 역시 e스포츠 시장 침체에 한몫을 하고 있다. 업계에선 일부 정치권조차 e스포츠의 본질인 게임산업을 도박 등 사행산업으로 간주하고 있는 만큼 정책 지원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고 있어 e스포츠 생태계 조성에 악영향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게임에 대한 인식 격차로 각종 규제개선 논의가 표류 중인 점에 비출 때 e스포츠 분야도 지원 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며 "다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e스포츠 관람을 비롯해 문체부의 적극적인 게임 진흥 행보에 따라 e스포츠 육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