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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고의 분식회계 의혹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서 삼성 임직원들의 증거인멸죄 성립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증거인멸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형사사건인 삼바 분식회계가 유죄로 밝혀져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검찰 수사의 순서가 뒤죽박죽"이라며 "검찰의 삼바 분식회계 수사가 너무 무리한 것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지난 26일 증거위조,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바이오에피스 상무 백모 상무와 서모 상무 등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삼성 측 변호인들은 증거인멸 혹은 증거인멸 교사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인정하나, 해당 행위에 증거인멸죄를 적용하는 것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해당 행위가 삼바 분식회계와 연관성이 있는지는 검찰이 입증할 것을 요구했다.
삼성 측 변호인들은 "증거인멸죄가 인정되려면 삼바 분식회계 혐의가 먼저 유죄로 판단돼야 하기 때문에 증거인멸에 대한 유무죄를 따지는 해당 공판에서도 분식회계 관련 혐의가 다뤄져야 한다"며 "분식회계의 유무죄에 따라 증거인멸죄의 양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분식회계가 증거인멸보다 순서상 먼저 밝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증거인멸 교사죄는 타인의 형사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했을 때 성립한다. 따라서 아직 재판이 시작되지 않은 삼바 분식회계 혐의가 무죄로 결론이 날 경우, 증거인멸이나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구속된 피고인의 양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에서도 "증거인멸 교사라고 하는 것은 타인의 범죄와 관련된 증거를 은닉했을 때 인정되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순서상 삼바 분식회계 유무죄를 먼저 결론 짓고, 증거인멸·증거인멸 교사죄를 다투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삼바 분식회계 혐의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삼바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 수사에 매달리고 있다.
이처럼 검찰이 삼바 분식회계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증거인멸 혐의 재판부터 시작돼 업계 안팎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었다.
이에 삼바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찾기 힘들자 검찰이 우회적으로 정황 증거를 통해 여론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증거인멸에 집중하는 것은 오히려 삼바 분식회계의 결정적인 증거를 못 찾았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와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의 대법원 선고 결과가 삼바 분식회계 수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농단 사건의 대법원 선고는 오는 29일에 내려질 예정이라 바이오 업계 안팎에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선고에 따라 바이오 업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가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찰이 삼바 고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수사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수사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검찰이 삼바 분식회계 수사는 추석 전에 마무리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삼바 분식회계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삼바뿐만 아니라 국내 바이오 업계도 숨죽이며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검찰이 삼바 분식회계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 증거인멸 관련 정식 재판을 조속히 시작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