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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고의 분식회계 의혹 혐의에 대한 첫 판단을 유보했다. 그러면서도 증거인멸 관련 피고인 3명에게는 실형을 선고했다.
삼바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된 증거인멸 사건에 대해 본안과 상관없이 유무죄 판단이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삼바 고의 분식회계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를 인멸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에게 징역 2년, 김모 부사장과 박모 인사팀 부사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백모 상무와 서모 상무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양모 상무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이모 에피스 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안모 삼바 대리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 받았다. 집행유예를 받은 피고인 5명에게는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월28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모 부사장에게 징역 4년, 김모 부사장과 박모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3년6개월, 서모 상무와 백모 상무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에피스 양모 상무에게는 징역 3년, 이모 부장에게는 징역 2년, 삼바 안모 대리에게는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피고인들은 대규모 증거인멸·은닉 또는 증거인멸 교사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타인의 형사사건인 삼바 분식회계 사건의 재판 결과에 따라 증거인멸 사건의 최종 판단을 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삼바 분식회계가 없었다는 결론이 날 경우 증거인멸 사건도 무죄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재판부는 타인의 형사사건인 삼바 분식회계 사건과 관계 없이 증거인멸 사건의 유무죄를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분식회계 사건에 대해서는 어떠한 최종적인 결론도 내지 않았다.
또한, 삼바 분식회계 사건으로 기소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들의 양형에는 해당 사건은 고려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타인의 형사사건인 삼바 분식회계 사건, 에피스 회계처리, 제일모직과 삼성모직의 부당 합병, 자회사 가치부풀리기, 삼바 상장 의혹 등에 관한 결론과 관계 없이 이 사건의 유무죄 판단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어 "피고인들에 대한 양형에 있어서는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삼바 회계처리를 불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피고인들의 양형은 오로지 증거인멸로 인해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에 지장을 초래했는가만을 기준으로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삼성 측은 본안(삼바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기소 결과를 지켜본 뒤 증거인멸 사건의 선고를 내려줄 것을 요구해 왔다. 본안에 대한 기소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후에 무죄로 선고된다면 피고인들의 억울함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재판부는 삼바 분식회계 사건이 기소되지 않은 것은 이번 사건의 대규모 증거 인멸·은닉 행위로 인해 검찰 수사에 지장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국민적 관심 사안인 회계부정 사건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자료를 조직적·대대적으로 인멸·은닉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공장 바닥에 자료를 은닉하는 등 범행의 대담성과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려운 은닉 방식으로 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로 인해 형사 책임의 경중을 판단할 수 있는 증거들이 인멸·은닉돼 실체적 진실 발견에 지장을 초래했다"며 "수개월간의 수사에도 타인의 형사사건인 삼바 회계부정 사건은 아직 법원 기소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국민들은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삼성이 더 발전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국가경제에 보탬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성장이라는 것도 법·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져야 국민들에게 응원을 받는 것"이라며 "만일 반칙, 탈법에 따른 성장이면 박수받지 못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현재 반부패수사4부)는 지난해 12월 분식회계 사건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약 1년가량 수사가 진행됐음에도 해당 사건에 대한 기소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