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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고의분식 의혹 관련 증거인멸 사건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는 무관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지난 9일 삼바 고의 분식회계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를 인멸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에게 징역 2년, 김모 부사장과 박모 인사팀 부사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이번에 눈에 띄는 점은 1심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장에서 증거인멸 사건의 발단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있다는 부분을 직권으로 삭제했다는 것이다.
그간 검찰은 증거인멸 사건의 본류인 삼바 분식회계 사건의 배경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있다고 지목해 왔다. 검찰은 삼성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정당화하기 위해 지난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비율을 부당하게 산정하고, 이 같은 합병비율을 형성하기 위해 같은해 12월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바의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삼성 측은 검찰 주장과 달리 삼바 회계처리는 경영권 승계작업이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정당화하려는 것이 아니었다고 피력해 왔다.
재판부는 검찰 측의 경영권 승계작업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삼바 분식회계로 이어졌다는 내용은 타인의 형사사건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증거인멸 사건이 삼바 분식회계 사건과는 연관 있지만, 경영권 승계작업과는 무관하다고 본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번에 삼바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된 증거인멸 사건에 대해 본안과 상관없이 유무죄 판단이 가능하다고 보고 삼성 부사장 3명에게 실형을 내린 것은 논란의 불씨가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형이 선고됨에 따라 이들이 지난달 신청한 보석도 기각됐다.
증거인멸죄는 원칙적으로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자에게만 죄가 적용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형사사건인 삼바 분식회계 사건이 본범죄로 성립해야 한다.
연내에 기소될 것으로 전망됐던 삼바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현재 반부패수사4부가 지난해 12월 분식회계 사건 수사에 착수한 이후 약 1년가량 수사가 진행됐음에도 해당 사건에 대한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삼성 측은 지속적으로 삼바 분식회계 사건의 재판 결과에 따라 증거인멸 사건의 최종 판단을 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추후 분식회계 사건이 무죄로 선고된다면 피고인들의 억울함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검찰 측이 근거로 제시한 '포괄적 증거인멸 법리'에 대한 대법원 판례의 논리를 수용해 실형 선고를 내렸다. 향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파기될 가능성도 있다.
증거인멸 사건의 본류인 삼바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재판은 내년에야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측은 해당 재판에서도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이 삼바 분식회계의 목적이라는 주장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1심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장 일부 내용을 직권으로 삭제한 것이 어떤 함의를 가질지 주목된다.